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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도 웃는다 감정노동자 (상)실태] 상처입은 그들, 오늘도 운다

10명중 3명 "고객 성희롱·신체접촉 경험" / 81.1%"욕설·폭언 시달렸다" / 우울증·자살 충동 비율 높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억누를 수 밖에 없는 ‘감정노동자’들의 웃음 뒤에는 짙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 민원담당 공무원, 백화점·대형마트 직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일부 사람들의 폭언과 욕설 등 인격비하적 발언에도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일쑤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통상적으로 요구되는‘고객이 왕이다’라는 고객중심주의가 감정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 일부 서비스업계에서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객들의 생떼와 폭언·욕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다친 마음을 치유토록 하는 ‘힐링’이 감정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감정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한편 감정노동자 힐링프로그램, 전문가들이 말하는 감정노동자 인권개선 방안 등에 대해 짚어본다.

 

전주의 한 백화점 직원 A씨는 최근 화병이 생겨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한 30대 부부가 매장에서 자신에게 폭언을 퍼붓는 등 인격적 모독을 한 것이 내내 가슴을 아프게 하기 때문.

 

이들 부부는 그에게 ‘우리 아이에게 당신이 욕을 한 것을 들었다. 사과하라’며 호통을 쳤다.

 

A씨는 “그런 일이 없다. 너무 억울하다”며 “주위에 그런 일을 본 사람도 없는데, 계속 몰아세우니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게 고객들이 터무니 없는 말로 마음에 상처를 줄 때마다 심각하게 퇴직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직원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대 여성 고객은 B씨의 사소한 실수를 빌미삼아 ‘학교는 제대로 나왔냐. 공부를 못해서 이런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망신을 줬다.

 

B씨는 “누차 사과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 뿐이었다”며 “자식뻘인 고객들이 그런 말을 할 때 더욱 마음이 상한다”고 한숨 지었다.

 

실제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당) 한명숙 의원(비례) 등이 백화점 판매원, 카지노딜러, 철도 객실 승무원, 간호사, 콜센터 직원 등 감정노동 직군 2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고객 응대시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당했으며, 81.1%가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자들은 일부 고객들의 폭언과 생떼에도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를 때가 많다.

 

이처럼 억누르는 ‘화(火)’는 스스로를 해치는 ‘화(禍)’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007~2009년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감정노동 정도를 묻는 항목에 응답한 임금 근로자 5771명을 대상으로 우울감과 자살 생각 여부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감정을 숨길 수록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감정을 숨기고 일함’이라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2주 연속 우울감을 느낀 확률이 남성은 3.4배, 여성은 3.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1년 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남녀 각각 3.7배, 2.9배 높았으며, 주관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감정노동자군에서 남성 2.3배, 여성 3.5배 가량 높았다.

 

롯데백화점 전주점 임연희 힐링상담원 실장은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는 상담 신청이 한 달에 4~5건 정도 들어온다”면서 “일부 직원들은 심한 우울증을 앓거나 퇴사를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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