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화제…정시 입장·유료 상영 틀깨 / 장소 협소·작품 안내 미흡·인원 소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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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 폐막식에서 홍낙표 무주군수(가운데) 등 영화제 관계자들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무주군 | ||
올 두 번째로 치러진 무주산골영화제가 틈새 영화제로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열린 영화제는 형식과 규제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휴식같은 영화제로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김건)는 5일간 6만5000명이 다녀갔다고 집계했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영화평론가 신귀백씨는 “영화제 수준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미개봉작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영작 중 화제작이나 좋은 영화를 골라 상영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무주영화제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막작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최초 한국·홍콩 합작영화이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칼라 극영화 필름인 개막작 〈이국정원〉(1958년작)은 〈삼거리극장〉 〈러브픽션〉의 전계수 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재탄생한 작품.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고 라이브 연주와 뮤지컬 배우들의 라이브 더빙, 현장 음향 효과 등 각 분야의 베테랑이 가세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다.
관객 눈높이에 맞춘 섹션 운영도 무주영화제의 색깔을 분명하게 했다. 무주군 내 유일한 극장인 ‘무주산골영화관’과 면단위 주민자치센터로 직접 찾아가 ‘찾아가는 영화관’, 부남면 체육공원 캠핑장에 마련한 야외상영장에서 남녀노소 관객이 편안하게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형식과 규제를 벗어나서 정시입장과 유료상영을 없애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한 점도 영화제의 특징으로 꼽혔다.
실제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60대 이상의 노부부 관객, 캠핑과 영화제를 동시에 즐기는 가족단위 캠핑객, 선선한 밤공기를 즐기며 유모차를 끌고 야외공연장으로 마실을 나선 가족, 야외상영장 앞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놓고 소풍을 즐기며 영화를 관람하는 연인까지 다양했다. 영화제가 직접 운영한 부남면 체육공원의 ‘무주 산골 캠프’는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적은 예산 속에 특별한 초청 없이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찾는 영화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박철민·손태영, 페스티벌 프렌드 민효린, 부집행위원장 박철과 이명세·전계수·박기용·유영식 감독, 김윤서·옥지영·김혜나·주다영·서갑숙·김기두·한다은·서건우·지유·김구택· 박영록·김기천·유사라·서영·김연수·박선우, 무주 출신 원로 배우 진봉진 등 국내 유명 배우들이 ‘그린 카펫’을 밟았다.
그러나 영화제의 구심점이 약한 점 등 보완할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해 무주리조트가 영화제의 중심무대였으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식장이었던 등나무운동장은 물론, 무주예체문화관이나 무주산골영화관 등이 무주리조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로 개관한 무주 유일의 영화관이 영화제를 담아내기에는 협소한 이유도 한몫 했다.
이와 함께 춤과 노래가 있는 영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등 주제와 테마가 분명함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미흡한 점도 지적됐다. 영화제 자체 스태프가 10명 안팎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 무주산골영화제 심사평
- '만신' 뉴비전상 만장일치 선정 "아름다운 창의적 작업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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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만신’ | ||
△한국 영화 경쟁부문 ‘창’ 섹션 뉴비전상, 건지상 심사평= 무주산골영화제 국내경쟁에 오른 9편의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이미 검증이 된 작품들이며 또한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수작들이다.
이런 뛰어난 작품들 중에서 우열을 가리는 작업은 심사위원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뉴비전이라는 방향성이 주어졌기에 이를 기준으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에 조금 더 무게감을 두었다.
‘뉴비전상’은 박찬경 감독의 〈만신〉으로 선정했다. 영화는 결국 현실 세계 안에서 상상하고 기록하며 연출가의 심장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박찬경 감독의 만신은 시대를 관통한 무녀의 삶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려는 또 하나의 무속적인 영화 작업인 것이다. 심사위원진은 그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창의적인 영화작업에 진심어린 지지를 보내며 만장일치로 뉴비전상의 수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박찬경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작업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건지상’은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이다. 24시간 편의점을 배경으로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아르바이트생들과 점주, 그리고 각양각색의 손님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장르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내면서 이야기 형식에 새로움을 불어넣고 있으며, 관객들이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품어 안을 수 없을 만큼의 강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작품은 〈레드 툼〉은 다큐멘터리 본연의 의무인 “기록”한다는 미덕을 충실히 수행한 작품이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처럼 특정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증언해주실 분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아픈 기억들을 충실하게 기록해 내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진은 남다른 애정과 지지를 보낸다. (심사위원 이준동, 변영주, 홍영주)
- 사회적 문제 '논픽션 다이어리' 잊혀진 역사 다룬 '레드 툼' 팽팽
△한국 영화 경쟁부문 ‘창’ 섹션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심사평= 세월호 탓이었을까? ‘가만히 있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많았다. 무주산골영화제의 선택을 지지한다.
〈한공주〉 〈만신〉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모두 좋은 영화들이었다. 사회학적, 문화학적 이슈들을 형상화한 그들의 영화에 대해 동의하고 한 수 배운다. 하지만 우리 전북비평포럼은 이 영화들에 묻힌 공들인 영화를 찾고 싶었다. 〈레드 툼〉과 〈논픽션 다이어리〉 둘이 바로 고민의 지점이었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부자를 극도로 혐오해 극악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알려진 지존파라는 비극적 초상들에 카메라를 댄 작품이다. 우리가 지나온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오늘날 세월호 침몰의 원인에 이르는 시의 적절성까지 와 닿았다. 다만 그 비극적 사건에 대한 조명이 슬쩍 사형제 폐지로 넘어가면서 분산된 주제가 오랜 토론을 낳게 했음을 밝힌다.
〈레드 툼〉은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붙들고 늘어지는 감독의 노력이 와 닿았다. 음지에 가려진 넋들을 데리고 나와 위로하는 정성에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사건의 책임있는 당사자의 행적까지 다루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졌다. 수상은 〈논픽션 다이어리〉로 결정하지만, 〈레드 툼〉이 꼭 개봉하기를 빈다. (심사위원 신귀백, 정낙성,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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