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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찾은 전주 완산체육공원 인근 소류지인 어두제, 농민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끌어다 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 ||
지독한 가뭄에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농민들이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쓴 것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1일 오전 전주시 중인동 완산생활체육공원 내 소류지(늪지대)인 어두제.
물이 차 있어야 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가물치 등 각종 어류 수십여 마리는 어른 발목 밖에 차지 않는 저수지 물 속에서 힘겹게 꿈틀거렸다. 이제 막 알에서 깬 치어 등 작은 물고기들은 이미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떠다녔다.
몇몇 주민들은 저수지 안으로 들어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물고기들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공원 관계자는 “어제(지난달 30일)부터 갑자기 저수지 물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며 “인근 농민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저수지 물을 끌어다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할 구청에 이 일을 알렸지만, 아직 별 다른 조치는 없다”며 “이 상태로 두면 남은 물고기도 모두 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농민들이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쓴 것을 두고 기나긴 가뭄에 목마른 ‘농심(農心)’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와 수달 출몰 가능성이 높은 저수지의 생태환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농민 A씨는 “어두제는 농업용수시설로, 평소 농민들이 물을 끌어다 쓰는 곳이다”며 “환경도 중요하지만 일단 농민들이 살고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농민 B씨도 “최근에는 수달을 본 적도 없다”며 “오래전부터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물을 조금 더 빼서 쓴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반면 어두제 민간 관리자 양기만씨는 “누차 농민들에게 ‘수달 서식지인 저수지 물을 다 빼 쓰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한편 수문도 막았지만 매번 허사로 끝났다”며 “가뭄에 애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곳은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이 출몰·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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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중인동 어두제의 폐사한 물고기. | ||
실제 2012년 3월 어두제에서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었다.
당시 전주시설관리공단은 수달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인공조명 최소화, 로드킬 예방을 위한 이동로 확보 등에 나선 바 있다.
시민 C씨는 “공원을 아름답게 꾸며주던 저수지가 하루 아침에 바닥을 드러냈다”며 “이곳을 의지해 살고 있는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계속되는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밭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농민들의 마음이 이해된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물을 다시 채워 예전의 환경으로 되돌려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저수지 2248개소의 저수량이 올해 현재 2억4800만톤을 기록, 계획 저수량(6억8100만톤)의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년치(저수율)인 55%보다 19%p, 전년도 47%보다 11%p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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