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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민 임대주택 입주절차 늦어져 지체장애인 일주일째 노숙

살던 곳 나왔는데 보조금 미지급으로 못 들어가 / LH "잔금 안들어와" 전주시 "계좌번호 늦게 받아"

   
▲ 일주일째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고모씨가 세간살이를 쌓아둔 틈에서 비를 피해 잠을 청하고 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습니까. 이 장맛비에 어디서 또 긴긴 밤을 지새워야 할지 막막합니다.”

 

고모씨(34·지체장애 3급)는 장맛비가 퍼붓던 3일 전주시 덕진동의 한 상가 처마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한 눈에도 한동안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듯 초라한 행색이었다.

 

고씨는 일주일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급하게 가지고 나온 세간살이를 인도 한 구석에 쌓아놓고 처마 밑에 자리를 깔고 지내왔다. 지난 밤 빗속에서도 그는 낡은 우산 하나를 세워 놓은 채 길가에서 밤을 보냈다.

 

고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자립할 꿈에 부풀었었다.

 

천애고아로 자라 어디 의지할 가족도 없는 그는 8년째 지인의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생활했다. 신세를 갚기 위해 허드렛일을 하고, 끼니는 거의 매일 라면으로 때웠다. 그러면서 한달에 30만원 남짓 받는 장애수당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LH 영세민 임대주택 예비 입주자로 선정됐고, 지난달 27일 자비로 계약금을 치르고 세간살이를 모두 가지고 나오는 등 모든 입주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입주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 자치단체에서 보조해주기로 했던 잔금 200만원이 LH로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

 

고씨는 “더부살이 인생을 끝내고, 이제 홀로 삶을 개척하려고 했다”면서 “돈이 뭔지, 이번처럼 돈 없는 것이 서러울 때가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씨의 지인 A씨는 “비라도 피할 수 있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몸도 안 좋은데 저러다 큰 일 치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고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세월호 희생자 돕기 성금을 내는 등 평소에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살아왔다”며 “고씨 같이 마음 고운 사람들이 왜 이런 수난을 겪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씨가 힘겹게 노숙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LH와 전주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LH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직 전주시로부터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입주 허가를 내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일주일 전 LH에 잔금 지급에 필요한 계좌번호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제(지난 2일)서야 회신이 왔다”면서 “바로 돈을 입금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씨가 너무 성급한 마음에 일찍 짐을 꾸린 것 같다”며 “입주절차가 완료되려면 내부 결재 및 입금 등 통상 2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안내했었다”고 말했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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