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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 희망 찾기] 혁신학교 톺아보기 (2) 전북형 특징

'혁신 위한 혁신' 틀 깨고 '살아있는 교육의 장' 모색

   
▲ 남원 아영초 수업 모습.
 

김승환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이야기하며 “앞으로 더 많은 교육공무원들이 전북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북지역 혁신학교는 이미 전국적 모범 사례로 급부상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북형 혁신학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누구도 “이것이다”라고 답변하지 못한다. 표준화되지 않는 혁신학교의 모습이 전북형 혁신학교의 특징이자 발전 가능성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모델 없어

 

김승환 교육감은 전북형 혁신학교가 발전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가치 기준만 설정했다고 밝혔다. 가변성, 동태성, 개방성, 다양성이 그것이다. 정형화된 모델을 피하고 각 학교의 여건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학교 문화, 수업 혁신·교육과정 운영, 학교 운영 시스템 등은 혁신학교의 공통분모다.

 

그러나 “전북형 혁신학교는 운영 형태로만 본다면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그친다”며 혁신학교의 성과를 축소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로 전북교육청은 ‘찾아오는 혁신학교, 살아나는 농산어촌 교육’을 성과로 제시했지만, 폐교 직전 학교와 신설학교에 지정된 혁신학교는 시행착오를 빚었다. 수업혁신 등에 관한 이해 부족과 교직원들의 업무 가중으로 마찰을 빚었고, 이에 따라 2012년부터는 각 학교의 공모를 받아 혁신학교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전북형 혁신학교는 101곳이 지정됐다. 2011년 20개교, 2012년 30개교, 2013년 34개교, 2014년 17개교로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전국 최초로 혁신유치원을 지정해 유아교육의 수업혁신까지 시도 중이다.

 

김 교육감은 최근 전주남중·우림중·신흥고 등과 같은 도심형 혁신학교를 잇따라 방문하며 혁신학교의 성과를 모든 학교에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학부모 적극성 돋보여

 

전북형 혁신학교의 건강성은 혁신학교학부모협의회로 대변되기도 한다. 혁신학교의 성패가 공교육 혁신의 열정과 능력을 겸비한 교사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지만, 학부모의 애정과 관심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상현 전북혁신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교사가 수업 혁신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학부모의 역할”이라면서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관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 전주 중앙중 수업 모습.

2012년에 발족된 전북혁신학교학부모협의회는 혁신학교를 지원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중심축이다. 14개 시·군 지역별 모임을 통해 학부모 연수와 자녀 연수 등을 마련해 혁신학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어디까지가 협조이고, 어디까지가 간섭이냐’는 것이다. 박상현 회장은 “몸으로 돕는 것은 협조고, 마음으로 하는 것은 간섭”이라고 했다.

 

일례로 김제 공덕초 학부모협의회는 교사와 학부모의 균형 잡힌 역할 모델로 꼽힌다. 공덕초 학부모협의회 임원진들은 신입생이 입학·전학을 오면 직접 가정 방문을 나선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의 많은 지역을 고려해 이주여성들이 학교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남편 설득까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중·고 연계 모델 관건

 

전북형 혁신학교의 건강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지역성이다. 지역 교육계에서도 “혁신학교는 철저히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안팎의 기대만큼 안착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북교육청은 혁신학교의 운영 성과로 농어촌학교의 학생 수 증가를 제시해왔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군산 회현중의 경우 2009년 3학급 71명에서 2014년 7학급 217명으로 늘어나는 등 전북지역 9개 혁신학교가 2009년과 비교해 14학급 530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폐교 직전의 학교를 되살렸다고 홍보하는 혁신학교를 보면 인근지역에서 전학 왔거나 통학하는 학생들로 채워진다”면서 “학생 수 증가가 더 이상 혁신학교의 성과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혁신학교 졸업생들이 그 지역의 중·고교로 진학하지 않고 떠나고 있는 현실도 지역성 논란에서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초교 졸업생이 다른 지역의 상급학교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은 혁신학교 초·중·고 연계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지만, 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혁신학교의 실험은 입시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전주 서신초 프로젝트 학습 연극

- 대본 쓰기부터 무대세트까지 선생님과 학생들 한마음으로

   
▲ 전주 서신초가 지난 11일 전주 소극장 판에서 연극‘신데렐라’와 퓨전 사극‘심향전’(심청전·춘향전)을 올려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 아이는 혁신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내가 근무하기는 싫은 학교다.” 이는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솔직한 얘기다. 하지만 “혁신학교에 와서 진짜 선생님이 된 것 같다”는 때늦은 고백도 뒤따른다.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 전주 소극장 판에서 열린 전주 서신초교(교장 이상석)의 연극 프로젝트 수업 발표회는 혁신학교의 안착이 열정적인 교사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날 5학년 학생들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진행한 프로젝트 학습 일환으로 연극‘新데렐라’와 심청전과 춘향전을 각색한 퓨전 사극‘심향전’을 선보였다. 객석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메워졌다.

 

무대 속 ‘新데렐라’는 떡진 머리에 도끼빗을 꽂은 채로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다녔다. 신데렐라가 이처럼 엉망인 몰골로 다니는 것은 새 엄마와 언니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겠다”며 왕자의 프로포즈까지 거절한 신데렐라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특히 학생들의 재치가 돋보인 ‘심향전’은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해주기 위해 배타는 것을 고심하던 심청은 이몽룡의 과거 급제 불합격·변심 소식에 미스 인당수 선발대회에 출전한다. 개그콘서트의 ‘깐죽거리 잔혹사’를 패러디한 장면, 태권도 시범, 여성 아이돌의 현란한 춤 등이 이어지면서 시종일관 객석을 흔들어댔다.

 

곽근주 서신초 교사는 “눈을 뜬 심봉사가 뺑덕어멈이 추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 등은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비틀기이기도 했다”면서 “학생들의 기지로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상석 서신초 교장은 “수업 혁신과 학생평가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국어 교과과정을 재구성해 연극 프로젝트 학습을 하게 됐다”며 “대본 쓰기, 무대세트 만들기, 연기까지 도맡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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