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형' 진안 마령초, 학생들 간 소통 중점 / '도심형' 전주 중앙초, 전통예술 교육 특화
전북형 혁신학교의 특징은 농어촌과 원도심에 집중해 있다는 것이다. 농어촌형 혁신학교는 소규모 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접근됐고, 도심형 혁신학교 역시 원도심에 위치하거나 소외계층이 많은 지역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진안 마령초(교장 안옥진)는 농어촌 혁신학교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전입인구가 적은 마령초는 학생수가 60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가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실험을 시도했다. 반면 전주 한옥마을 내 위치한 중앙초(교장 박숙자)는 전통문화예술교육을 특성화한 새로운 도심형 혁신학교의 모델이다. 유동인구에 비해 정주인구가 적은 원도심에 위치한 중앙초는 혁신학교 지정을 통해 활기를 되찾게 됐다.
△왕따 없앤 평화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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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령초 학생들의 감자심기 체험학습. | ||
지난 18일 찾은 마령초는 부산했다. 안옥진 교장은 “뒤뜰야영을 계획했다가 오락가락하는 비로 인해 강당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고 안내했다. 강당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은 텐트 명패를 만드느라 왁자지껄했다. 1~6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두레 모임을 통해 회의를 거친 결과 확정된 이름이었다. 송민상 군(4년)은 자신이 속한 두레‘백프로’를 소개하며 “모두가 꽉 차고, 완벽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3년 차에 접어든 마령초의 혁신학교 안착은 “충분한 검토와 준비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안중만 교사는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1년 동안 토론과 연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다양한 생각이 하나로 모아져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령초가 추진한 최우선의 실험은 수업 혁신.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게 교실 수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방학까지 반납해가며 수업 혁신을 위한 배움을 감수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핵심 성취기준에 따라 교과과정을 재구성한 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수업 연수를 거쳐 협동학습에 관심을 돌렸다. 수학을 쉽고 흥미롭게 배우기 위한 ‘은행장 놀이’와 같은 수업안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를 마련하게 된 것. 그 결과 책모임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교사학습공동체가 구축됐고, 인문·사회 서적 중심과 자녀 양육을 위한 학부모 독서모임까지 생겨났다.
마령초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전교생이 매주 다모임을 열어 학교의 크고 작은 사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교내에 설치된 게시판이 소통의 창구. 그 결과 학교 안 주차장 옆 모래 놀이터 마련과 소나무동산 페인트 공사가 해결됐다. 다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김다은 양(6년)은 “3학년만 사용하던 모래 놀이터에 대한 불만이 높아 다모임 결과 전교생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고, “‘소나무 동산이 노숙자 버전’이라는 지적에 대해 학교 측에 페인트 칠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령초는 지난해부터 ‘평화샘 프로젝트’로 또 한발 앞서나갔다. 평화샘 프로젝트는 학교폭력 방지 프로그램 중 하나인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과 핀란드의 키바 코울루 프로젝트를 토대로 한국적 특성에 맞게 재구성한 풀뿌리 프로젝트다. “왕따에 관해 피해자·가해자·동조자·방관자·방어자 등 역할극 등을 시도하는 평화샘 프로젝트를 통해 소외당하는 학생들을 껴앉을 수 있었다”고 송동혁 교사는 이야기했다.
안옥진 교장은 “아무리 학교에서 노력을 해도 여전히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을 많이 했다. 하지만 평화샘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들의 변화가 보였다. 이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교생 문화예술교육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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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중앙초 문화예술동아리 대금 연주 모습. | ||
2011년부터 시작된 중앙초의 혁신은 다분히 문화적이다. 졸업생·예술가·시의원·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중앙교육공동체’가 합심해 중앙초 살리기에 나선 것. 실거주민이 빠져나가고 ‘문화 이주민’이 급증하는 한옥마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배려다. 이에 따라 중앙교육공동체를 주축으로 지역 예술인·활동가들이 참여하면서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이 시도됐다. 그 결과 이 학교 학생이라면 하나 정도의 악기는 다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통도 겪었다. 현장 전문가들의 수업 방식과 교사들의 지도 방식에 간극이 있었고, 전통문화 외에도 새로운 예술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영화 제작·리폼 등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난 이유다.
21일 중앙초 5~6학년 학생들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의 협조로 제작한 UCC 시연도 했다. 지난해 전주시민영상제와 올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뒤틀린 시간’을 출품하는 성과도 거뒀다. 3년 째 영화 동아리를 지도해온 조은미 강사는 “‘뒤틀린 시간’이 본선까지 진출하진 못했지만, 촬영에 임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태도가 놀라웠다”고 말했다. 박숙자 교장은 “11월 열리는 ‘덩더쿵 한옥마을 축제’에서 이 모든 결과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며 “교육공동체가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이룬 의미있는 결실”이라고 밝혔다.
중앙초는 전통예술교육 특화로 인해 해외 교포 학생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 온 이하영(5년) 이하현(4년) 자매, 이태규(5년) 이준규(2년) 형제, 방승준 군(4년)은 한 달 가량 참관 수업 중이다. 3년 째 전주 중앙초를 찾는 방승준 군은 “경기전에서 숲 체험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엔 나무를 친구 삼아 대화하는 게 어색했는데, 나중엔 정말 친구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중앙초의 실험은 ‘평화샘 프로젝트’와 ‘놀이터 프로젝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선주 교사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3월 첫 번째 주는 평화샘 주간으로 정한 뒤 전례놀이 등을 통해 마음 여는 일로 시작한다”며 “우리 교실은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평화 원칙을 세우는 시간”이라고 했다. 학교의 숨은 공간에서 사방치기·팽이치기 등 놀이가 가능하도록 한 ‘놀이터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웃음이 떠나가질 않게 했다.
박숙자 교장은 “스스로가 행복한 아이들은 힘이 약한 친구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면서 “평화샘 프로젝트와 놀이터 프로젝트로 인해 약하고 힘 없는 친구들을 돕고 배려하는 태도를 익히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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