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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세미나실에서 열린 마당 수요포럼에서 한옥마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마당 | ||
전주 한옥마을의 상업화가 내년 슬로시티(slow city) 재인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시와 주민이 슬로시티 철학을 고민하는 한편 지역색을 살리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같은 의견은 사회적기업 마당이 ‘슬로시티 전주 한옥마을의 오늘을 진단하다’를 주제로 지난 23일 한옥마을에 있는 공간 봄 세미나실에서 마련한 제138회 수요포럼에서 제기됐다.
이날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김남규 전주시의원, 김영량 국제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협의회 회장, 소영식 일상문화연구소 모 대표, 유영업 증도 슬로시티위원회 사무처장,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조영호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팀장이 토론자로 나서 재인증을 위한 조건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은 한옥마을이 음식창의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패스트 푸드가 범람하는 사실에 공감하고 정책의 방향 선회를 주문했다. 지가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가게를 쪼개 임대하다보니 간편식 판매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반면 지역색은 실종되고 기존 문화 인력은 줄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기준 한옥마을에 729세대, 1534명이 거주하지만 한옥 700여채 가운데 상업시설이 반절 가까이 되면서 향유가 아닌 소비와 이익창출의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
이성태 연구위원은 “한옥마을은 최근 2년간 패스트 푸드점이 매우 늘었는데 이는 슬로시티에 어긋난다”며 “이런 상황이면 재지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전주시가 사전에 규제했어야 한다”며 “시의 의지가 없다면 결국 원주민이 떠나고 정체성 없는 건물이 들어서는 만큼 관광객 모객을 위함인지 아니면 불편한 대신 느리게 살면서 주민의 생활만족도를 높일 것인지 인증의 필요성과 철학,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량 회장은 “교통, 음식, 상업화, 원주민 소외, 무질서한 행사 등 복합적인 문제다”며 “지난 연말과 선거를 지나면서 단속이 소홀해지고 걷잡을 수 없이 간식 판매점이 늘었다”고 파악했다. 김 회장은 이어 “주민의 자체 홍보도 한계가 있는 만큼 구청에서 정확한 잣대로 형평성 있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호 팀장은 “지난 2010년 슬로시티 지정을 추진할 때는 관광객도 80만~100만 명이어서 주차문제도 고민하지 않았지만 ‘한국관광의 별’로 먼저 지정받은 뒤 슬로시티 인증이 늦어지면서 관광객이 증가하는 속도를 행정이 못 따라갔다”고 설명한 뒤 “행정은 도시 전체 정책까지 염두하고 추진하고 있으며, 주민도 공동체로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팀장은 “문화인력이 풍부한 점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동력이었는데 현재는 그 흔적이 없어지고 지팡이 아이스크림이 많이 등장한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남규 시의원은 “도심 속 생태하천, 남고산성 등 공간적 자원과 3대 문화관, 고택, 장인 등 무형문화자원이 산재한 만큼 장인의 삶을 보여주는 레지던스를 실시하고, 문화시설을 통해 전통자원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슬로시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민 주도의 운영을 강화하고 장기간에 걸쳐 재인증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영량 회장은 “주민 계도와 교육으로 그들이 한옥마을의 부대시설을 운영해 소득을 창출하고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업 사무처장은 신안군 증도를 사례를 들려주며 한옥마을의 방향을 모색했다.
유 사무처장은 “증도는 국제연맹에 제출해야 하는 52개 항목 중 자료가 누락돼 슬로시티가 보류됐지만 주민 자원 조사, 부분별 협의체 구성, 여행사 운영 등을 하고 있다”며 “관광이 아닌 지역민의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한 게 슬로시티인 만큼 생태 자연자원이 아닌 외연 중심의 관광은 실패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전주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지역 생태와 문화역사적 자원, 주민 협의체 등과 국제연맹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다시 점검한다면 재인증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촌형인 증도와 도심형인 전주의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소영식 대표는 “증도는 공간이 한정된 농촌의 주민주도형이지만 전주는 도시생태계 속에서 문화일자리라는 인력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며 “한옥마을이 주거공간으로 명확한 실체가 되지 않으면 관광객이 떨어질 경우 버려지는 곳이 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그는 “자본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수용하고 흐름을 바꿔 관광객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내재적 인력을 길러 관리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인증에 상관없이 자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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