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주여성이 결혼 전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인 취소 판결을 받은데 대해 여성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 A씨(24)는 2012년 4월 결혼중계업체를 통해 김모씨(39)와 결혼하고, 같은 해 7월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A씨의 결혼생활은 6개월 만에 끝이 났다. 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남편 김씨의 의붓아버지인 최모씨(59)는 지난해 1월 18일과 1월 25일 A씨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최씨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A씨의 결혼 전 출산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씨는 A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A씨가 김씨와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 있었던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결혼 취소와 함께 김씨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1심 판결이 “형식적인 법 논리에 치중해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을 져버렸다”며 판결 취소를 촉구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은 17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회견을 열고 “1심 판결은 A씨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과 같다”며 “A씨는 이제 피해자가 아닌, 거짓으로 혼인을 한 나쁜 사람, 그로 인해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한국에 와서 불행한 과거를 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지만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면서 결혼관계가 끝장나 버린 24세의 여성에게 13세 때의 납치와 성폭력, 그로 인한 출산경험을 따져 물으며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자는 것이 1심 판결이다”면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에게 한국사회가 그 책임을 성인이 돼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A씨와 김씨와 혼인무효 소송은 A씨의 항소로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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