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병원 인수후 경영 정상화 / 1만 병상·해외 10개 병원 목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8년 전문의 자격을 득했다. 탄탄대로의 삶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이 예정돼 있던 병원이 IMF로 인력을 뽑지 않았다. 백수생활이 이어졌다. 그 때 그의 인생을 바꿀 ‘무모하지만 과감한 도전’이 시작됐다. ‘망한 병원이 있는데 인수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모두 만류했다. 하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그 때가 1998년 가을이다. 15년이 지난 현재, 인천사랑병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이 병원은 지역의 거점병원으로 성장했다. 의사는 사람을 고치는 직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사람을 고치기보다 병원을 고치는 의사로 통하는 이가 있다.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50)이다.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명지병원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우선 본인 소개를 좀 해주시죠.
“1964년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병원을 하셨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사회생활은 모르는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삶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바뀌었습니다. 야학 활동을 하다 학생운동에 투신했습니다. 1986년 구학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교도소에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9년 만에 의대를 졸업했습니다.의대 졸업과 동시에 ‘한국의료의 반성과 개혁’을 모토를 내걸고 월간신문 ‘청년의사’ 창간을 주도했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할 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메디컬드라마 ‘종합병원’의 제작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당시 주인공이었던 이재룡의 실제 모델이기도 합니다. 1998년 외과 전문의를 딴 뒤, 같은 해 11월 문을 닫은 병원을 인수해 인천사랑병원을 열었습니다. 이후 관동의대 명지병원이 경영난을 겪다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인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병원을 고치는 의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습니다. 현재는 명지의료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병원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은 명지의료재단의 모체가 된 인천사랑병원과 경기도 고양의 명지병원, 충북에 있는 제천 명지병원, 청풍호노인사랑병원 등 4곳입니다. 여기에 파주LED부속이원과 인천사랑노인요양원, 인천 해송노인요양원, 서울과 경기에 각각 정신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병원의 전체 병상 수는 1600병상입니다. 의사만 350명이고, 2300명 직원이 환자만을 위해 한 마음이 돼 일하고 있습니다. 연매출은 2000억 원 정도입니다.”
-평범한 의사의 길이 아닌 병원 경영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의대에 다니면서 언젠가는 병원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1992년 의과대학을 9년 만에 졸업했는데 그 어느 곳에서도 인턴으로 받아주지 않았던 경험이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됐습니다. 당시 경기도 시흥에 있는 80병상 정도 되는 병원에서 응급실 당직의사를 지냈습니다. 만일 그 때 고난을 겪지 않고 큰 조직에 들어가 톱니바퀴처럼 일했다면 현재의 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환자중심의,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병원 모델을 국내 의료계에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인천사랑병원을 의료문화개혁의 실험장으로 활용했고, 그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서 명지병원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의 목표는.
“2009년 명지병원을 인수하기 전 가족들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 때 ‘1+10’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국내에 명지의료재단의 1만개 병상을 만들고, 해외에 10개 병원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현재 1만개 병상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착착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해외사업도 순항하고 있는데요. 우선 내년에 네팔에 자선병원을 열 계획입니다. 2016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국제검진센터가 문을 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해외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한국의료수출협회 회장으로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수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상을 받으셨는데, 지난 10월 고향에서는 처음으로 상을 받으셨다면서요.
“의사이자 병원경영자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훈·포장을 받았지만 고향에서 상을 받은 건 처음입니다. 지난 10월 5일 임실에서 열린 소충·사선 문화제에서인데요. 국민건강보건 향상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아 의약부문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대학에 진학한 이후 어느 자리에 가던지 전라북도, 전주 출신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항상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습니다.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성과를 인정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향을 위해 기여하고, 봉사 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끝으로 고향에 계신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라북도가 차별이라면, 차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낙후돼 있고, 너무 소외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라북도에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고향을 위해 뭐든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전문분야인 의료와 교육 영역에서 전북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고향을 위해 보탬이 되고자 하는 저의 길을 도민들께서 지켜봐주시고, 많은 응원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환자 제일주의' 실천 명지병원은 '동화나라' 어린이 응급실·'울창한 숲' 건강검진센터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명지병원. 이 병원에는 국내 유명병원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특별한 게 있다. 병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나라 어린이 전용응급실부터 암 환자의 취향에 따라 조명이 바뀌고,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화 또는 동영상 상영시설을 갖춘 방사선치료실, 울창한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건강보험검진센터까지.
이 같은 특별한 모습과 이 병원만의 특별한 환자관리는 전국 유명병원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거의 매일 병원을 보기 위해 의료계 종사자들이 찾아온다. 명지병원이 이처럼 특별한 외형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환자제일주의’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의 명지의료재단에 인수된 명지병원은 그동안 적잖은 산고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10년 안에 대한민국 10대 병원 진입’과 ‘대한민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의료통합시스템 구축’이라는 비전을 이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먼저 지역 거점형 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특성화·전문화’에 박차를 가해 급성기 질환에 대한 완벽한 진료시스템이 구축됐다. 2011년 고양시와 파주시, 김포시와 부천시, 개성공단까지 경기 북서부 권역의 응급의료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데 이어 중증외상센터와 소아전용응급의료센터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초대형 병원들도 꺼리는 신생아 중환자실도 운영 중이다. 덕분에 의료기관 인증을 비롯해 진료의 적정성 평가 등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다. 명지병원에는 교수와 전공의를 포함해 모두 250명의 의사가 일한다. 간호사 등을 포함하면 1200명이나 된다. 이들은 750병상에 입원한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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