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중앙 버스 전용차로·원통형 정류장 '눈길'
간선급행버스 등 효율적·창의적 교통체계 구축
전통문화도시 전주가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선언했다.
각종 건축물과 도로 등 외형적 성장에서 벗어나 사람이 중심이 돼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교통정책도 친환경 동력수단과 대중교통이 중심이 되는 생태교통을 지향한다.
지난달 19일에는 잦은 파업과 불합리한 노선 등 전주지역 시내버스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전주 시내버스 대타협위원회’가 출범해 관심을 모았다. 버스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해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시민 협의체가 출범한 것은 지난 1968년 전주지역 시내버스 운행 이후 처음이며, 전국에서도 이례적이다.
시내버스 대타협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간 교통 선진도시로 알려진 브라질 쿠리치바와 미국 뉴욕을 방문, 대중교통 현장 및 그 시스템을 살펴봤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의 주도인 쿠리치바(Curitiba)는 창조도시·생태도시의 교과서로 불린다. 인구 약 200만 명 규모의 이 도시는 ‘꿈의 생태도시’라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벤치마킹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쿠리치바는 특히 가장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생태교통의 모델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 도시는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주요 간선교통축을 따라 버스 전용차로를 개설하고, 순환버스 노선을 도입했으며 실핏줄처럼 지선도 연결했다. 또 간선교통축의 양 끝에는 해당 간선으로부터 지선이나 위성도시로 가는 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대형 터미널을 건립했다.
주요 도로의 중앙에 간선급행버스(BRT) 전용차로를 두고, 양쪽에 일반차로를 배치한 점도 특색이다.
특히 도로 곳곳에 설치된 원통형 버스정류장(총 350여개)이 눈길을 끈다. 승객이 굴절버스를 타기 전에 이 정류장에 들어와 먼저 요금을 지불하고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승·하차 시간을 단축, 엔진 공회전을 줄일 수 있다는 환경적인 장점도 있다. 직원이 상주하는 원통형 정류장에는 버스 승강대와 동일한 높이의 플랫폼과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리프트가 구비돼 있다.
광장 등 주요 지점에는 원통형 정류장 2∼3개를 서로 붙여 독특한 도시 미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쿠리치바는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건설하는 대신 ‘땅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간선급행버스(BRT)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다. 효율적인 버스 시스템을 통해 지하철 없이도 자가용 운행을 억제하고 도심 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번에 270명까지 태울 수 있는 이중 굴절버스는 고비용 지하철을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버스 연료로 바이오디젤을 사용, 매연을 대폭 줄였다.
이와 함께 버스를 급행과 직행·지선 등 운행 형태에 따라 5∼6가지 색으로 차별화, 시민편의를 도모했다. 시민들은 단일요금을 한 번만 내면 광역도시권 내에서 무료로 버스를 환승할 수 있다. 버스 요금은 거리에 관계없이 2.85헤알로 1달러(2.7헤알) 남짓이다. 상파울루 등 인근 도시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또 노인과 장애인·경찰·군인 등은 무료이며, 저소득층 학생에게도 50%의 요금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게다가 이 도시는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버스 운행시간이 끝나는 자정 이후 새벽 5시까지 간선교통축을 중심으로 심야버스를 매 시간마다 운행한다는 게 쿠리치바 도시공사(URBS) 측의 설명이다.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전화를 걸면 즉시 달려가는 수용응답형 대중교통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다른 대도시들이 자동차 도로 신설과 확장, 지하철 건설에 매달릴 때 쿠리치바는 기존의 도로공간을 재배분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꿈의 생태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심과 주택가·공원 등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하천관리와 공원·녹지 조성,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도 창조도시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교통·환경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도시발전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목을 받는다.
지구 반대편의 도시 쿠리치바의 창의적 대중교통 시스템은 서울시의 중앙 버스 전용차로제를 비롯, 국내 각 도시 교통체계 개편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선진국이 아닌 남미 개발도상국에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 세계적 본보기가 됐다는 점에서 전주 등 국내 도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의 교통시스템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이식하기 보다는 지역실정과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먼저 고려한 교통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 쿠리치바 '꽃의 거리' - 도심 보행자 천국…걷고 싶은 도시
브라질 쿠리치바는 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과 시민 보행권 확보에 교통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쿠리치바 도심에는 ‘꽃의 거리’로 불리는 보행자 전용도로가 조성돼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약 1km에 이르는 이 보행자 공간은 지난 1970년대 초반, 상업지역 도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자동차 진입을 차단하면서 조성됐다. 물론 처음에는 상권 쇠락을 우려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세계의 도시들이 앞다퉈 자동차 도로 신설·확장에 나설 당시 쿠리치바는 반대로 사람 위주의 교통정책을 펼친 셈이다. 개발과 성장의 물결 속에서 사람이 우선되는 생태도시를 지향할 수 있었던 것은 쿠리치바 시정을 이끈 지도자(자이메 레르네르 전 시장)의 철학과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꽃의 거리에는 유럽의 도시처럼 조약돌이 깔렸고, 곳곳에 나무와 화분·벤치·노천카페 등이 줄지어 늘어서 시민 소통공간이자 외지인들이 즐겨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사람이 지배하는 이 거리에는 물론 지하도와 육교도 없다. 시민들로 북적이는 이 거리는 전주가 지향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보행자 공간에서는 주말이면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거리미술제를 비롯, 각종 공연과 행사·모임이 열린다.
쿠리치바 꽃의 거리는 시민 보행권 확보에 나선 서울 등 국내 각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전주시는 한옥마을 일대를 ‘꽃의 거리’처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주말 및 휴일 ‘차 없는 거리’ 운영을 한옥마을 전 구간으로 확대하고, 주차장 확충 사업이 마무리되면 평일에도 차량을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전주시는 또 한옥마을과 옛 도심을 연결하는 팔달로 일부 구간에 보행자 중심의 생태도로인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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