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교육 이색지대를 가다] 전라중 부설 방송통신중, 1기 신입생 모집

만학도·청소년·결혼이주여성 등 교육 대상 / 올 3월 개교, 접수 첫날에만 30여명 원서 내 / 스마트폰 등 이용해 수업…한 달에 2번 출석

▲ 12일 전라중 1층 교무실에서 부설 방송통신중 신입생 원서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김영최(55)씨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중학교 진학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정규과정 학력이라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그는 “이번 기회가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신태인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는 권양길(65)씨 역시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못내 한으로 남았다.

 

“못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그는 내친 김에 대학까지 가볼 생각이다.

 

원서를 내고 나서며 그는 “믿어주세요”라고 말했다.

 

전북 지역 첫 공립 원격 중학교인 전라중 부설 방송통신중 지원자들 이야기다.

 

△방송·통신 원격학교의 ‘오래된 미래’

 

‘원격 수업’이라고 하면 어쩐지 ‘미래의 기술’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방송·통신기술을 이용한 원격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운영되고 있었다.

 

방송통신고는 1974년에 문을 열었고, 방송통신대는 1972년에 이미 서울대 부설 2년제 초급대학으로 문을 열었으니 역사가 꽤 긴 셈이다.

 

물론 이 때의 수업은 지금처럼 ‘인터넷 강의’ 형식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고, TV 채널을 이용한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의 형태로 이뤄졌다.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한 사이버 교육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방송통신중은 방송고·대에 비해서는 설립이 한참 늦게 이뤄졌다.

 

1973년에 방송고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때 방송중 역시 이 법의 영향을 받아 그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실제 개교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1998년에는 구 교육법을 교육기본법이 대신하게 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마저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에 다시 설치 지원 계획이 세워졌고, 2012년에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돼 그 설치 근거가 다시 마련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3년에 대구고 부설 방송중과 광주 북성중 부설 방송중이 문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경기 의정부·경기 수원·대전·경남 창원에도 방송중이 생겼다.

 

올해에는 전라중 부설 방송중을 비롯해 서울·강원·경남 등지에 총 6곳이 문을 연다.

 

도민들은 ‘대환영’이다. 접수 첫 날인 12일 오전에만도 이미 30여명이 원서를 냈다.

 

△중학교 과정 교육 거의 그대로

▲ 방송통신중학교 앱 로그인 화면.

이름이 ‘방송통신중’인 만큼 당연히 방송·통신기기를 이용한 원격 수업을 중심으로 한다. 학생은 PC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해 배포하는 원격 수업 프로그램의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학교 과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거의 그대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다만 수업 시수가 정규 과정의 80% 선에 맞춰져 있으며, ‘가급적 쉽게’ 가르치는 것이 주된 방침이라는 것이 정규 중학교 수업과 다른 점이다.

 

또 학교 바깥에서 학습 활동을 하면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는 ‘학습경험 인정제’도 운영되고 있다. 이는 매번 수업을 듣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정해진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정해진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면 심의를 거쳐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원격 수업이 중심이지만 출석 수업도 있다. 한 달에 두 번 출석해 현직 교사에게 직접 수업을 듣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학교마다 출석일이 다르지만 전라중 부설 방송중은 일단 토요일로 출석일을 잡아놓고 있다.

 

김현정 장학사는 “요일마다 장단점이 있다”면서 “일요일로 정하면 종교생활 하시는 분들이 곤란해하시고, 토요일로 정하면 주5일제가 적용되지 않는 직장인들에게 불리해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만학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만학도들을 위한 ‘평생교육시설’로서의 역할을 주로 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10대 청소년들의 수요도 만만치 않다.

 

도교육청이 내놓은 통계청 2010년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방송중 잠재 수요자’로 분류된 도민 20만5771명 중 10대가 235명이었다.

 

이들은 대개 중학교를 중도에 그만 둔 탈학교 청소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대구고 부설 방송중과 서울 아현중 부설 방송중은 만 18세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반을 운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기본적으로는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만 16세 이상으로 지원 자격을 정했지만, 나중에는 청소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앞으로의 계획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탈학교 청소년 뿐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역시 방송중의 잠재적 수요자다.

 

전라중은 내년부터는 다문화 여성을 위한 비율을 3~5%가량 별도로 지정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대부분 젊은데, 지금처럼 나이 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이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전을석 전라중 교장의 설명이다.

 

△이제 첫 걸음…해결할 과제는

 

어려운 점도 물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고령의 만학도가 컴퓨터 및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신입생 모집을 1월에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업이 시작되는 3월이 되기 전에 이 같은 기기들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가르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전라중은 이번에 태블릿PC 30대를 구입하고 무선인터넷(WIFI)을 설치해 이 같은 기기가 없어도 찾아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이 기자재구입비로 약 3400만원을 지원한다.

 

출석 수업이 있는 날에 교사들이 출근해야 한다는 부분도 난점이다. 주5일제 수업이 정착된 상태에서 토요일 출근이 달가울 리가 없다.

 

백진수 전라중 교감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면서 “의미 있는 교육에 동참할 좋은 기회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중 자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도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니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전을석 교장은 “원격 교육 자체는 도내에서 방송고 등을 통해 계속 이뤄져왔다”면서 “교육개발원에서 컨설팅을 통해 방송중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장은 “교과·지식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의 방송중 운영 방침을 말했다.

 

1기 신입생들의 입학식은 3월 14일 치러질 예정이다.

권혁일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