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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팽목항 봉사자들의 잊을 수 없는 기억

적십자 봉사회 오귀열·문승현·박준의씨 "어처구니 없는 재난 또 일어나지 말아야"

▲ 세월호 1주년을 맞아,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재난대응봉사회원인 박준의·문승현·오귀열씨가 당시의 현장상황을 들려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흐느껴 우는 방법 외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한 동안은 가슴이 아파 세월호 관련 뉴스나 다큐멘터리도 못 볼 정도였습니다.”

 

지난 해 4월 슬픔이 가득했던 팽목항엔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내민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

 

당시 비보를 접하고 진도 팽목항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3∼4개월 동안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던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재난대응봉사회 오귀열(전북협의회장)·문승현(정읍회장)·박준의(전주회장) 씨가 참사 1주년을 맞아 전북지사 사무실에 모였다.

 

“부모들은 싸늘하게 식어서 돌아온 자식을 한동안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슬픔과 분노에 차 있는 유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눠야 했지만 봉사자들은 잘 곳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박준의 씨는 당시 팽목항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7일 현장에 도착한 직후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해경의 미온적인 대처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후 7월까지도 실종자 가족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대화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슬픔에 잠긴 실종자 가족들은 급식조차 받으러 오지도 않았다.

 

“7월부터는 현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봉사자들에게 다가와 말도 걸어주고 식사도 같이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오귀열 씨는 “자원봉사자들이 끼니를 거르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죽을 만들어 천막과 체육관에 직접 배달해줬다”면서 “봉사자들을 지켜본 가족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친분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문승현 씨는 “이제는 유가족들이 사는 서울과 안산에 직접 찾아가 위로해 줄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안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귀열 씨는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 사회적으로 책임 의식을 갖고 재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아픔을 같이했던 자원봉사자들의 시간은 1년 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준의 씨는 18일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팽목항을 찾을 계획이다. 오귀열·문승현 씨도 사정상 팽목항에 가지는 못하지만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눌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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