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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처우 논란 2년, 전북은 (상) 지역아동센터 복지사의 하루

교육 준비에 청소·운전까지…막말 민원에도 시달려

지난 2013년 봄 경기도와 울산 등에서 사회복지사들의 잇따라 자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력, 그리고 과중한 업무 등 열악한 근무여건이 원인이 됐다.

 

이후 전국 각 자치단체에서는 임금 현실화 등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섰다. 전북지역 사회복지사들의 근무여건은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행히도 2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사회복지사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전주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서는 올 들어서도 지난 2013년도 임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사들의 근무실태 및 처우개선 방향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군산시 외곽에 위치한 한 지역아동센터. 지난 12일 방문한 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A씨(29·여)가 월간·주간 계획표, 아이들에게 보낼 가정통신문 등 서류 수십 권이 쌓인 책상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책상 앞 벽에 부착돼 있는 계획표에는 교육 일정과 행사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 및 행사 프로그램은 대부분 A씨가 담당한다. 그는 틈틈히 아동별 학습 진도를 체크하고 기초학습 수업준비도 병행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께 A씨는 급식 재료를 사기 위해 센터장, 사무장과 함께 마트에 갔다. 음식을 만드는 것부터 설거지까지 순전히 그의 몫이다.

 

마트에서 돌아온 A씨가 내민 급·간식일지에는 그날 지급된 간식과 저녁메뉴, 사진, 아동들 반응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A씨는 “자치단체에서 급식비를 지원받으려면 이런 증빙자료를 갖춰놔야 한다” 고 말했다.

 

A씨가 작성한 센터 운영일지에 따르면,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쉴 겨를도 없이 저녁식사와 간식을 지급한다. 이후부터는 부모님이 늦게 오는 아이들을 위해 기초학습을 진행하고, 저녁 9시가 넘어서 남아있는 아이들을 귀가시킨다. A씨는 운전과 행정·청소·음식준비·교육 등 ‘1인 5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평일에는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격주로 토요일 근무도 서지만 A씨가 손에 쥐는 임금은 월평균 110만원 수준이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처음 사회복지사가 됐을 때만 해도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복도에 나가 쓰레기봉투를 집어든다.

 

같은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B씨(45·여)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센터 사무장인 B씨는 민원을 처리하고 후원자를 모집한다. 특히 학부모 등의 민원 처리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B씨는 “대부분 그렇지 않지만 몇몇 학부모로부터 험한 말을 들을 때마다 직업에 회의감이 든다” 며 “사명감과 희생정신만 갖고 일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각 지역에서 부모가 일하는 동안 돌봐줄 곳이 없는 저소득층·차상위계층 아동을 돌보는 복지시설이다.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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