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사항 기재토록 운수사업법 개정됐지만 내용물 검증·신원 확인안해 소비자 피해 우려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한 수하물 운송 서비스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대포통장 유통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고, 소비자 피해도 우려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고속버스 택배’는 매일 전국 각지를 오가는 버스에 짐을 싣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받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찾아가는 운송 방식이다.
과거에는 버스기사에게 일정 금액을 쥐어주고 편지나 화물 이송을 부탁하는 식으로 이뤄졌으나, 간편함과 상대적으로 빠른 배송 시간을 장점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점차 늘면서 버스 회사들이 앞다퉈 이 같은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한 택배 운송이 법제화 되어 있지 않았지만 시민 편의와 버스 회사의 수익이 맞물리면서 암암리에 성행해왔다.
그러나 물건을 맡기거나 찾는 과정에서 인적사항 기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운송사업자의 소화물 운송을 합법화하고, 소화물의 허용 규격 및 수신·발신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 같은 해 7월 시행했다.
하지만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수하물 배송 실태를 확인한 결과, 발송인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아도 물건을 배송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수하물표 뒷면에는 화물 수취인이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한다고 쓰여 있지만 6자리의 수하물 번호만 알면 누구나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게 해당 직원의 설명이다. 물품 분실이나 파손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수하물 운송 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으면서 허점을 노린 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전화 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사용할 목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은 속칭 ‘대포통장’을 시외버스 터미널의 수하물 서비스를 이용, 총 400여개의 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있는 서울로 다시 보낸 혐의로 A씨(46)를 구속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령 상 관할 자치단체에 감독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여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관련 규제가 실제 현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직 특별히 사업장 점검이나 단속에 나설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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