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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판소리인 '나의 스승, 나의 제자' - 부모·자식처럼 끈끈한 사제 관계

얼굴보며 가르치고 배워 / 때론 실망, 속상해하기도

판소리인에게 스승이란 어떤 존재일까? 어느 명창은 소리를 배우면서 “스승님이 해가 달이다 해도 믿을 만큼 스승님 말씀을 천금같이 여겼다”고 했다. 그리고 스승님을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판소리인에게 스승은 그런 존재라고 했다. 무서울 만큼 절대적인 존재 그러면서도 부모처럼 한 없이 챙겨주는 존재.

 

판소리는 일정한 악보가 없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음악이다. 이를 구비전승음악이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사설을 옮겨 적은 사설집이 활용되는 정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을 직접 보며 하나하나 가르치고 배운다. 그러다보니 그 정이 남다르다.

 

판소리인이 수련을 거쳐 명성을 얻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스승을 찾고 배움을 허락 받으며 수련을 하고 세상에 인정을 받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 여정의 길목, 길목마다 스승이 함께 한다. 대부분 판소리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평생의 연을 쌓는다고 한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여정의 대목 대목을 따라가 보자.

 

아무소리나 한 번 해봐.

 

지금은 어느덧 중견이 된 판소리인 김씨. 그는 어려서 판소리가 좋아 무작정 판소리 스승님께 갔다. 스승님은 대뜸 “아무소리나 한 번 해봐” 하셨다. 배운 것이 없는데 무얼 해야 하냐고 되물으니 스승님은 또 다시 “그냥 아무소리나 한 번 해봐” 하셨다. 김씨는 평소 스승님이 소리 가르치는 곳 근처에서 자주 귀동냥을 했었다. 귀동냥소리를 되든 안 되든 그냥 했다. 그랬더니 스승님은 “그 정도면 됐다. 내일부터 와서 배워라” 하셨다. 그 때 그렇게 시작된 판소리 인생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스승과의 인연은 이렇게 ‘아무소리나 한 번 해봐’라는 입문과정으로 시작된다.

 

한 발 더 가까이

 

입문을 하면 사사가 시작된다. 사사(師事)란 스승으로 삼아 섬기며 가르침을 받는 것을 말한다. 판소리인들이 말하는 사사란 스승과 주기적으로 또는 여러 날 집중적으로 만나며 소리공부하는 것을 뜻한다. 판소리 스승에게 사사를 받는 다는 것은 그 스승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소리는 배울 게 참 많다. 단가 배워야 하지, 바탕소리 배워야 하지. 어디 소리뿐인가, 발림도 배워야 하고 기본적인 장단도 칠 줄 알아야 한다. 보통은 배우는 단위가 바탕소리다. 판소리인들은 ‘한 바탕 뗬다(떼었다), 두 바탕 뗬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바탕소리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배우기를 한 편했다, 두 편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오래 걸린다. 한 바탕 떼는 데 보통은 일 년 길게는 삼년 때로는 그 이상도 걸린다.

 

스승은 이제 사사할 때만이 아니라 공연 갈 때나 개인적인 일을 보러갈 때도 제자를 찾게 된다. 제자 역시 일상적으로 스승을 찾아뵙고 크고 작은 일들을 도와드리게 된다. 판소리인들은 이런 제자를 ‘수발제자’라 한다. 스승과 수발제자 사이는 더욱 각별하다. 대부분이 스승을 부모처럼, 제자를 자식같이 여긴다.

 

세상 속으로

▲ 조세훈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인연과 열정을 더해가며 그렇게 수련을 하다보면 어느 덧 세상 속으로 가야 할 때가 다가온다. 스승은 제자를 이러 저러한 무대에도 세워보고 크고 작은 대회에도 내보낸다. 가르쳐온 제자를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다. 제자가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고 지적을 받으면 속상해 한다. 스승 자신이 보기에도 잘 한다 싶으면 사람들에게 은근슬쩍 자랑도 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판소리인들의 스승, 제자 사이가 끈끈하게 이어지는 것은 왜 일까? 판소리를 한다는 것은 곧 스승을 모신다는 것이다. 판소리는 스승을 통해서 배우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제자는 스승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스승은 제자를 통해서 자신의 소리를 남긴다. 제자를 길러내는 것은 곧 자신의 소리가 후대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걷는 소리 길 여정에서 스승이 곧 제자고, 제자가 곧 스승이다. 그렇게 판소리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2015.10.7~10.11)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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