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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유산, 지역의 새로운 미래다]① 프롤로그- 도시의 색깔, 그 자체로 경쟁력

대전·대구, 근대문화유산 활용 도시 탈바꿈 시도 / 시민 삶의 기억·흔적 유지 / 진정성 깃든 공간 조성 중 / 북카페·갤러리·소극장 등 구도심으로 관광객 유치

▲ 안여종 문화유산 대표가 옛 충남도청 내 대전근현대전시관에서 공동기획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대전 근대건축물과 원도심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가 없는 도시는 없다. 연대기나 융성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도시마다 당대의 문화를 품고 오늘의 모습으로 서 있다. 그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살찌우고 꽃피게 할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몫이다.

 

현 정부가‘문화융성’을 외치지 않더라도 많은 자치단체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역사문화의 자원화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1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적 자산을 진정성 있게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는 소홀히 했다.

 

전북의 역사문화자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까. 본보는 한국언론재단 대전지사 주관으로 전국 9개 지역신문과 함께‘역사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공동기획취재에 나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국내 취재는 백제 역사를 자랑스럽게 안고 가는 공주시와 도시재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전광역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으며, 해외는 이탈리아의 로마·피렌체·베로나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할슈타트·크렘스·비엔나 도시가 취재 대상이었다.

 

△네거티브 역사, 지우기가 능사일까

 

전국적으로 근대역사도시의 상징으로 떠오른 군산. 1930년대로 안내하는 군산 근대문화유산벨트화지구는 전국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1899년 개항이후 쌀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군산 최고의 경제·행정 중심지였던 내항 일원에 산재한 근대건축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게 주효했다.

 

그러나 오늘의 군산 근대문화유산이 지켜지기까지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개항 100주년 즈음인 20년 전만 해도 근대유산 보다 일제수탈의 공간으로서 이미지를 떨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역사적 건물들이 철거되기도 했으며, 현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곳도 철거와 보존을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군산의 전철이 다른 도시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도시확장에 따른 기존 원도심의 공동화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재생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그 방향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집창촌인 ‘선미촌’이 현재 진행형의 대표적 예다. 전주시 서노송동 전주시청 뒤에 자리잡은 선미촌(2만3400㎡)은 1960년대에 형성된 곳으로, 오늘의 우리에게 감추고 싶은 공간이다. 2002년 85개 업소에 250여명의 성매매여성이 종사했던 이곳은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그 수가 지속적으로 줄었으나 현재도 ‘영업’은 계속 중이다. 시민단체와 여성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하면서 전주시가 ‘선미촌 기능전환을 위한 용역’을 발주, 정비계획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단지 감추고 싶은 의욕을 앞세워 섣부르게 철거 등의 형태로 역사를 지우는 것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선미촌 역시 50년 넘게 우리의 사회상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대전대 김병윤 교수(건축학과)는 세계적인 많은 도시들이 ‘지속 가능한 관광’과 ‘지속 가능한 건축’을 주요 트렌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볼 때 치욕이 전제된 건축의 경우 이를 삭제하고 장소를 변하게 하여 슬프고 뼈아픈 기억을 삭제하겠다는 것은 당대의 무능하고 약한 시대를 감추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잔디밭으로 근대를 보여준다는 전제는 도시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며, “그것이 일제의 건물이라도 정말 건축적 투명함으로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시민들의 삶의 기억과 흔적이 유지되는, 진정성이 깃든 도시조성을 강조했다. 최근 공주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추억의 하숙촌 프로젝트’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공주 인구의 상당수가 외지인이었고 하숙이 성행했던 역사를 더듬어 하숙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단다. 40~50년 전의 하숙촌은 그 자체로 잃어버린 기억의 저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이 도시의 얼굴 좌우

 

‘대구 근대골목’은 도시를 살리는데 시민의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2012년 한국관광의별에 선정되는 등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근대골목은 애초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확장에 따라 활력을 잃었던 추억의 장소였다. 2007년 대구근대골목디자인개선 프로젝트가 나오고, 2009년 전국 최초의 도심재생 전문문화재단이 발족된 후 근대문화골목관광자원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 시작은 2000년대 초 대학을 갓 졸업한 (사)시간과 공간연구소 권상구 이사에 의해서였다. 권씨는 백수시절 약전골목에서 우연히“여기가 3대째 약을 파는 곳이야”는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약전골목이 다시 보였단다.

 

“유럽의 도시는 걸어만 다니는 곳마다 역사인데 한국은 왜 아닐까”“도시를 체감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가 왜 없을까” 권씨는 이런 의문을 품고 골목지도 그리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골목길 이야기를 악센트 그대로 채록했다. 날 것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귀 기울이고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권씨의 ‘골목 지도그리기’가 ‘한강 이남의 최대도시’ ‘동방의 모스크바’라는 추상적 슬로건 대신 실제 대구를 바꾼 계기가 된 것이다.

 

시민들에 의해 구도심이 활력을 찾게 된 사례는 대전의 원도심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대흥동 북카페 ‘이데’ ‘문화공간주차’ ‘갤러리 이안’ ‘갤러리 이공’ 소극장 ‘핫도그’등이 대전 구도심의 문화를 살찌우고 있다.

 

특히 소설가 김운하씨가 운영하는 북카페 ‘이데’는 월간 〈토마토〉와 함께 시민들이 편하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연·전시마당을 열고 있다.

▲ 모텔주차장을 ‘문화공간주차’로 변신시켜 대전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가 되고 있다.

‘38광땡장’이라는 5일장을 열어 지역 예술인들이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텔주차장을 ‘문화공간주차’로 변신시키고, 그 속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박석신 작가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작업’도 대전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가 되고 있다.

 

■ [대전 근대사의 상징, 옛 충남도청사]근현대사전시관·시민대학으로 활용

 

도시는 그 도시의 성장사에 따라 각기 다른 얼굴을 갖기 마련이다.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좋은 모양으로만 따라하기식 성형을 할 경우 부자연스럽고 감동을 줄 수 없다.

 

옛 전북도청사는 최근 철거에 들어갔지만, 옛 충남도청사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옛 전북도청사와 옛 충남도청사가 갖고 있는 지역에서의 상징성이 다른 데서 나온 처방이다.

 

옛 전북도청 역시 전북행정의 중심에서 60년 역사를 간직한 의미 있는 건축물이지만, 조선시대 전라도 전체를 관장했던 전라감영의 복원으로 저울추가 기울어졌다.

 

반면 근대도시 대전에서 옛 충남도청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대전 구도심에 위치한 옛충남도청사는 1932년에 지어졌으며, 당시 창문 형태를 현재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만큼 잘 보존됐다.

 

대전은 특히 철도부설과 함께 공주에서 충남도청이 옮겨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전쟁 중 임시정부청사로 사용되기도 한 이 건물은 현재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전시민대학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시는 내년말까지 용역을 거쳐 대전 도시재생의 중심으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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