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생 150여명 설전 / 교사 인권 교육 필요 제기
“이미 똑같은 옷을 입혀서 학생들의 개성을 억압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머리 모양도 똑같이 맞추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복장이 보기에 거북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제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6일 오후 4시, 전북도교육청 2층 강당. 전북지역 중·고교 학생 약 150명이 모인 가운데 ‘전라북도 학생 인권의 현주소’를 주제로 한 제2회 학생토론마당이 열렸다.
토론마당은 특별한 순서나 원고 없이 12개 그룹으로 나뉜 학생들이 각자의 그룹에서 주제를 정해 약 100분 동안 난상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역시 학생들의 관심사는 그룹을 막론하고 ‘개성 규제’ 쪽으로 모아졌다.
임주은 학생(전주여고)은 “치마는 ‘종발뼈’를 덮는 길이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종발뼈’가 뭔지 아무도 모른다. 규정이 모호하다”며 “썬크림도 허용 안 되고, 머리 색이 원래 갈색인 아이나 얼굴 색이 원래 하얀 아이는 확인증을 가져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오주하 학생(서전주중)은 “화장의 경우 청소년기 피부에 좋지 않아서 규제하는 것으로, 건강 상의 이유가 있다”면서 “이처럼 약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은 학생(전주 한일고)은 “규제를 없애기 전에 사고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민영 학생(전주여고)은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은 틀에 박혀 바꾸기 어렵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규제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복장 규제 등이 학생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문혜현 학생(전북여고)은 “인권조례가 있다는 것을 어제(지난 15일) 처음 알았다”면서 “교사들은 학생 인권에 관심이 없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성 규제’에서 시작된 토론은 자연스럽게 ‘체벌’ 쪽으로 흘렀다.
이예지 학생(전주 중앙여고)은 “체벌이 안 된다고 해서 말로 훈계하는 게 오히려 더 상처를 주기도 하니 차라리 약간의 체벌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종범 학생(전라고)은 “체벌 말고도 학생을 지도할 방법은 많다”면서 “체벌을 하면 ‘그냥 맞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수업에 더 참여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받아쳤다.
이들이 속한 제3모둠은 이날 “너무 심한 체벌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만, 체벌을 하지 않으면 수업에 지장이 생기므로 규정을 만들어 훈계하거나 심한 경우 체벌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이밖에도 일부 그룹에서는 교내 휴대폰 사용 문제, 무상급식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한편 이번 행사는 제86회 학생의 날(11월 3일)을 앞두고 열린 것으로, 전교조 전북본부가 주최하고 전교조 전주지회, 전주교육지원청, 전주시 청소년학생연합, JBSD(전북 고등학교회장단연합)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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