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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판소리를 위한 제언

판소리 경연, 완창으로 실력 판가름해야

▲ 김선희 우진문화재단 이사장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40분 동안 지켜보며 벅찬 감동과 희열을 느꼈다. 유럽인들의 일부는 지금도 서양클래식을 동양인들이 자신들만큼 연주해낼 수 없다고 여긴다고 한다. 아마도 정서의 뿌리가 다르다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조성진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연주를 해냈고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15쇼팽국제콩쿠르를 지켜보며 우리도 이제는 판소리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경연대회를 가져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팽곡으로만 치르는 콩쿠르

 

쇼팽 콩쿠르는 5년 주기로 열린다. 1927년에 시작하여 2차 세계대전 때 잠깐 쉬었으며 올해 17회 대회를 치렀다. 세계3대 콩쿠르에 꼽히면서도 특별히 쇼팽콩쿠르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직 피아노만, 쇼팽의 곡으로만 대회를 치르기 때문이다. 18~29세까지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생에 두 번 이상 참가가 어렵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올해 대회는 예선에 전세계 27개국에서 160명의 피아니스트가 출전했으며 78명이 본선에 올랐고, 최종 결선에 오른 이는 10명에 불과하다. 조성진은 3차에 걸친 대회기간 동안 협주곡과 마주르카, 스케르초 등 총 38곡의 쇼팽을 연주했다고 한다. 최종결선에서 40분짜리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전곡을 바르샤바필하모닉과 협연했다. 예선이 열린 4월부터 입상자들의 갈라콘서트가 열리는 10월까지 바르샤바는 ‘쇼팽축제’로 출렁인다. 세계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은 5년을 준비하여 출전하고 관객도 표를 사기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다. 바르샤바필하모닉콘서트홀의 결선 연주과정은 그대로 녹음되어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음반으로 발매한다. 갈라콘서트를 끝낸 입상자들은 다음해 세계 투어연주에 나선다. 이 모든 과정이 저 당당한 쇼팽콩쿠르의 명성에 아주 잘 어울린다.

 

△몇 토막으로만 평가하는 경연

 

판소리 본향을 자부하는 우리에게도 명창의 산실이라고 하는 판소리경연대회가 여럿 있다. 그러나 대회의 진행방식이나 결과에 대한 잡음 등을 대할 때마다 평생의 권위를 부여하는 ‘명창’을 가리는 방식이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9시간에 달하는 판소리를 대회 당일 토막소리로 경연을 치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몇몇 심사위원들은 “몇 토막 들어보면 다 안다“는 말로 토막소리 경연의 정당성을 말하곤 한다. 세계 유수의 콩쿠르들은 그걸 몰라서 전곡연주로 경연할까. 조성진은 9개월 동안 핸드폰도 반납하고 오직 쇼팽만 연주하며 지냈다고 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연주자는 놀라운 질적 성장을 이룬다. 경연대회의 진정한 미덕은 입상여부가 아니라 준비과정 동안 치열한 노력을 통한 예술 본질의 발전에 있을 것이다.

 

△실력있는 소리꾼 가려내려면

 

판소리의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기념하여 완창판소리 공연을 가졌을 때의 일화가 있다. 지금은 국립창극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젊은 소리꾼이 9시간에 달하는 김소희제 춘향가를 완창하는데, 그 공력과 애쓰는 모양이 얼마나 처절하던지, 소리꾼의 손끝 하나하나에 객석이 들썩들썩하더니 다 마쳤을 때는 무대와 객석이 눈물바다를 이루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소리꾼도 주최측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또 다른 소리꾼은 완창 준비과정이 “소리의 소중함을 절절히 깨닫고 평생 소리꾼으로 살아가자고 맹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위기에 처했을 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삶의 지혜로 알고 있다. 판소리가 지속가능한 예술이 되게 하기 위해 명창을 가리는 경연대회는 완창에 가까운 2시간쯤의 공연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의 경우 공중파중계를 포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퀸엘리자베스콩쿠르나 쇼팽콩쿠르처럼 인터넷중계로 세계인이 함께 볼 수 있다. 명창에 어울리는 출전자가 없을 때는 1등 없이 2등을 낼 수도 있어야한다. 자격없는 명창을 양산하는 것은 소리꾼 전체의 명예에 폐가 된다. 또 판소리 완창공연을 정례화함으로써 판소리 원형보존을 온전히 달성하면서 소리꾼들이 진정한 명창으로 거듭나게 해야한다. 판소리 본향 전주라서 가능한 일 아닐까.

 

※ 우진문화재단은 1991년부터 판소리 정례 공연 ‘판소리다섯바탕의 멋’을 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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