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뭉쳐 만든 순수 자생단체 '10년째 활동' / 입소문 타며 수강생 넘쳐 인기, 연습공간 부족 불편도 / 청소년 전통음악 이해 높이고 국악교육 저변 확대 앞장
지난달 11일, 군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군산청소년국악관현악단의 ‘제9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기대와 감동으로 다소 소란스러웠던 객석. 친구와 가족들이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일인데, 어린 ‘청소년’들이 ‘우리 악기’를 가지고 ‘관현악곡’을 연주한다고 하니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었겠는가.
△ 음악교과서 국악비중 높아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면 모인다는 군산 지곡동의 군산청소년국악관현악단 연습실을 찾았다. 잠깐 사이 두세명의 학부모가 문흥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조금은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가기에 살짝 이야기를 엿들었다. 자녀를 관현악단에 보내고 싶다는 부모와 자리가 없다는 대표의 대화가 오갔다. 음악교과서에 민요 2~3곡 담긴 것이 국악의 전부였고, 그조차도 배움에서는 생략되기 일쑤였던 어린 시절의 음악교육환경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다. 대표에게 국악이 언제부터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았는지 물으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집필된 음악교과서에는 국악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리코더 뿐 아니라 단소를 필수 악기로 배운다 하니 국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은 자녀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려는 부모도 드물고, 피아노나 실용음악 등 넘쳐나는 서양음악 교습소 사이에 국악교습소 한 두 곳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 10년전 국악 배우자 의기투합
“우리악기는 우리나라에서 밖에 못 배우잖아요. 그런데 우리아이들에게 국악을 배우게 해 주고 싶어도 가르치는 곳을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대금을 지도하시는 문흥식 선생님과 학부모 10여명이 뭉치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그렇게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초창기에 함께 배우던 학생 중 일부는 군대를 가기도 했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있다. 이번 공연에서 청소년이라 하기엔 어른스러운 모습의 연주자들은 어린시절부터 국악관현악단에서 국악을 배워 온 든든한 선배들이다. 후배들이 공연을 한다니 먼 곳에서 달려와 도와주고, 공연에 참여도 했다. 이 곳이 단순한 교습소였다면 이 정도의 책임감과 애정이 생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연주활동은 아이들에게 아주 귀한 경험이 되고 있다. 군산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할 뿐 아니라 한·중 청소년 문화예술제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돼 연주한다. 일부 단원들은 봉사연주단을 자발적으로 구성해 요양원을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이 곳에서 피리를 배우고 있는 강현준(동원중, 1년), 여환희(동원중, 1년) 학생은 초등학교 내에 있던 국악동아리의 공연 경험을 합하면 지금까지 스무번이 넘는 무대에 섰다고 한다. 피아노보다 피리가 더 재밌다며, 할 수 있을때까지 피리를 연주하고 싶다는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연습공간 마련 등 어려움 많아
이러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입소문을 타다 보니 지금은 자리가 없어 대기를 하거나 오디션을 봐야 하는 인기 단체가 되었다. 하지만 운영이 마냥 수월한 것은 아니다. 부모들과 교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생적 단체라는 점은 깊은 유대감과 자부심을 갖게 하지만 그 만큼 힘든 점도 많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연습 장소의 부족이다. 파트별 연습은 다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해가며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60명이 넘는 단원과 악기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연습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태권도 학원이나 군산예술의 전당 내에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등 매번 방법을 찾아보지만 이 조차 되지 않을 때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다른지역의 관현악단들이 마냥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의 정기연주회는 처음으로 군산교육지원청이 주최한 특별한 공연이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여름 2박3일 동안 충북 보은군에 있는 서당골 청소년수련원에서 ‘여름밤 별자리와 함께하는 국악캠프’를 열어 아이들에게 더욱 큰 응원으로 함께 해 주었다. 앞으로도 군산교육지원청에서 전통문화교육을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관현악단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준다면 이 단체가 지역사회에서 더욱 가치 있는 일들을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이 만국공용어라고도 하지만 하나의 음악을 깊이 느끼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바탕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첫 언어가 중요하듯이, 음악 또한 어릴 적부터 접해야 한다. 이미 생활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 음악. 음악문화의 첫 단추를 국악으로 시작하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져서 우리를 우리답게 하고, 고유의 문화가 다시 꽃 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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