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폐막한 제9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전북선수단이 10위를 기록하며 재도약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도내 체육계의 시선은 작년보다 4단계 순위가 오른 이번 성적에 대해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실제 체전 총감독인 도체육회 최형원 사무처장도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14위에서 10위가 됐다고 마냥 희열을 느낄 수 없다. 원래 전북의 위치를 찾은 정도다”며 한 자릿수(9위)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지속가능한 중위권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북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와 대학, 실업을 잇는 팀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우수 선수 공급이 어렵다는 데 있다. 선수가 있고 팀이 있어야 메달과 점수를 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전북과 도세가 비슷한 충남이 올해 부산과 인천 등을 제치고 전국 6위를 기록한 배경에 시·군의 실업팀 수가 전북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전북의 시·군과 기업은 팀을 창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있는 팀마저 해체하는 경우까지 있다. 하림의 양궁이 대표적 예다. 도내 대학의 팀 운영과 창단 의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내 대학의 종목별 팀 수는 많아야 4개다. 더구나 그 중 일부는 클럽 형태다. 단국대학교가 13개 팀을 꾸려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교 체육도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다. 이번 체전에서 전북은 여고부 테니스, 체조, 소프트볼, 조정, 카누와 남고부 탁구 등에 내보낼 팀이 없었다. 도교육청은 학교 체육에 기본적 지원만 했지 훈련과 특별지원비 등에 대한 차등을 두지 않는다. 경기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니 성적을 제대로 낼 리 만무하다.
취약 종목에 대한 특별 관리도 요구된다. 보디빌딩과 핀수영, 검도, 럭비, 테니스, 정구, 그리고 육상 트랙과 마라톤에서의 선수 양성과 경기력 향상은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다행이 최근 도체육회 사무처가 인적쇄신과 조직혁신을 통해 마련한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중위권 유지’를 담보하기 힘들다.
아울러 열악한 체육시설 또한 전북체육 침체의 악순환의 결정적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강원도 체전에 다녀온 경기단체 관계자들은 한 결 같이 산골 도시의 번듯한 경기장과 체육관에 놀라고 부러워했다고 한다.
변변한 다목적실내체육관 하나 제대로 없는 전북의 실정에 비춰보면 선수와 지도자, 경기단체만 마냥 나무랄 수 없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주민들의 표만 의식해 팀 창단에 소극적이고 체육시설 신축에 등을 돌리는 단체장들이 오히려 비난과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다행인 점은 근래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진안군이 남자 역도팀을, 정읍시가 씨름팀을 창단했고 장수군도 내년 초 여자 탁구팀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교육청은 그동안 폐지했던 학생체전을 부활해 선수들의 성취감과 경기력향상을 도모하기로 했다. 종목에 걸맞는 지도자도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도체육회는 도민체전에서의 학생부 종목을 확대하는 한편 중·고교와 대학, 기업, 시·군을 돌며 팀 창단과 원활한 선수 수급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전북은 오는 2018년 제99회 전국체전을 익산에서 연다. 국내에서 지역의 체육 시설과 경기력은 체전을 통해 큰 결실과 성장을 거둔다. 3년 남은 익산체전은 전북이 ‘지속가능한 중위권’ 유지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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