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급감 어민들 생계 위협 / 퇴적토에 악취 환경오염 심각 / 거버넌스 구축 해결점 찾아야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1%가 해양에서 흡수된다. 육지의 흡수량 13%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연안역(갯벌 등)에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열대우림에 비해 2~10배에 이른다고 한다. 갯벌은 어족자원의 보고이다. 해양 생태계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며 뛰어난 수질정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 사막으로 변해가는 연안역, 변화된 새만금의 어황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기후여정 순례단이 새만금을 찾았다.
△새만금에는 아직 어민들이 살고 있다= 순례단이 찾은 곳은 계화 양지포구. 한때는 선외기, 5톤 전후의 어선 등 350여척의 배가 정박했던 곳이다. 맨손어업도 활발했다. 생합과 바지락의 60% 이상이 근처 갯벌에서 나왔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고 갯벌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고창군의 양식장 등지에서 공공근로나 날품을 팔고 있지만 아직도 새만금 안쪽에는 배를 생계 수단으로 삼는 어민들이 있다.
현재 새만금 내측에서 조업하는 배만 해도 700여척. 허가선과 무허가선이 반반 쯤이다.
강경근 계화어촌계장은 “방수제 공사를 이유로 수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산란하러 오는 물고기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데다, 내부 준설로 인해 수질이 악화돼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강경근 계장은 “그 많던 백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소라, 갯우렁이, 바지락도 현저히 감소해 요즘엔 바지락 종패 정도나 건지고 있다”며 “새만금사업 완공 전까지는 어민 생계대책 차원에서 배수갑문을 열어 해수유통을 하는 것에 대해 어민들과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만금 바깥, 바다 환경오염 피해 확산 어획량 급감= 방조제 안쪽 계화 돈지포구에서 고기를 잡다가 지금은 방조제 외측 부안 가력항에서 꽃게 조업을 하는 이금배 씨는 “방조제 건설이후 바깥 해역 5㎞ 구간에 뻘이 쌓이고, 33km 방조제가 해파리 유생의 산란장이 되면서 어획고가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꾸미 잡이용 소라방에 죽뻘이 차고, 바위 수염이나 해파리, 갈대 잔재물과 쓰레기 더미로 그물이 상해 어업이 어렵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어 이 씨는 “바다 환경이 재앙 수준으로 변해 연안 어민 5만명의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돈지포구의 어민들은 모두 “방조제가 막힌 후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 기수역이 어류 산란장과 패류 서식지 기능을 상실하면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여정단에 참여했던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새만금호의 담수 수질 문제는 주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방조제 준공 이후 외해역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한 일본 이사하야만처럼 어업 생산량이 줄게 되고 이는 어민과 내측 주민(농민)간의 갈등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새만금 수질개선 시설 운영비 분담, 비점 오염원 저감을 위한 상류의 개발 억제로 상하류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연구원 장원근 박사는 지난 9월 23일 전북환경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어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당시 장 박사는 “새만금 내측에서는 수질오염으로 보름달 해파리 폴립이 대규모 발생했으며 상괭이, 숭어, 조개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장 박사는 “방조제 바깥쪽은 조류속도가 20%(북측)~40%(남측) 감소하고, 해저 퇴적물의 변동이 심하다”면서 “모래질 함량이 80%에서 60%로 감소한 반면 실트(점토)층은 20%에서 40% 증가했기 때문에 저서생물 군집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 박사는 “바다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마산만이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고 민관산학협의회를 구성해 환경관리와 정책을 협의한 결과 수질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새만금 해역도 거버넌스 체제구축이 시급하다”면서 “그러나 전라북도는 4차례 진행된 ‘새만금외해역 환경관리정책협의회’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수질개선사업 효과 의문= 새만금 내외 환경변화의 중심에는 수질 문제가 있다.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해 지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총 2조4000억여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하천 수질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달 말 새만금 수질 중간 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 호의 평균 수질은 COD와 T-N 수치가 평균 5급수 수준이다. 새만금호의 13개 수질측정지점 중 새만금호 중간 수역의 6개 지점은 6급수 이하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현재 해수를 유통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완전 담수화할 경우 수질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며 “전라북도와 정부는 한계를 인정하고 해수유통으로 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산대 최진용 교수는 새만금 매립토 확보와 수질 문제를 지적했다. 새만금 내부개발에 필요한 토사는 7억㎥. 서울시 면적 600㎢, 1.1m 높이로, 전주시 면적 200㎢ 3.5m 높이로 쌓아야 하는 엄청난 양이다.
최 교수는 “토사의 80%를 내측 담수호 준설로 확보할 경우 수로 수심이 5m에서 15m로 깊어지는데 이는 물그릇은 줄어드는데 담을 물의 양은 많아지는 꼴이다”며 “이 경우 오염물질의 호수 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수직 성층화가 된 아래 물은 순환이 되지 않아 수질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내부준설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해수유통 또 다른 개발 대안으로 검토해야=이정현 사무처장은 새만금의 최악의 수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해수유통을 꼽았다. 새만금사업이 애초 100% 농업용지 개발에서 농업용지 30%, 도시용지 70%로 개발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에 대규모 담수호를 조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덕배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현재 새만금사업은 간척사업이 아닌 해양개발사업으로 농업용수를 전제로 추진해온 담수화는 명분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면서 “국내에서 성공했다는 대규모 간척사업의 대명사인 충남 서산 B지구도 2006년부터 농업을 포기하고 택지로 분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외국의 경우에도 해양 개발시 연안역을 새로운 해양수산 및 연관 산업과 휴양레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담수화에 의한 연안개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사무처장은 “현재 신시, 가력 배수갑문을 다 열어도 호소 내에 해수가 섞이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만경 동진강 하구에 둑을 쌓거나 수중보를 설치하면 필요한 농업용수는 확보할 수 있다”면서 “현재 농업용지에서도 도시용지, 연구용지, 원예단지, 수목원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농업용수 이용 계획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이 점에서 선진국 하구역의 관리 모델인 해수, 기수, 담수를 구분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새만금에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여정단을 이끈 김춘이 환경연합 활동처장은 어민들에게 미국 브라운 팜 댐 사례를 들었다. 미국 주 정부는 브라운 팜 댐을 철거하고 3479에이커의 간척농지를 매입해 이중 762에이커를 강 하구 습지로 복원했다.
김춘이 활동처장은 “미국의 경우 하구둑을 비롯한 댐 철거가 법적인 근거 아래 국가 시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서해안 대부분이 하구 둑에 막혀 어민 피해, 생태계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화성호 등지에서는 하구 둑 개방에 대한 자치단체와 지역 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전북지역도 이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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