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23:57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전주 16년째 '얼굴 없는 천사'

노송동 주민센터에 5000여만원 두고 사라져

▲ 30일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달라며 남기고 간 현금을 확인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 노송동을 찾았다. 올해로 16년째 이어온 남몰래 이웃사랑이다.

 

30일 오전 9시53분께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주민센터 옆 화단) 가로등 숲 앞에 (상자가) 있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서 써주세요”라고 말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노송동 주민센터 장애인 행정도우미 정용복 씨는 “감사의 말씀을 전하려는 찰나에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이런 전화를 받은 게 처음이라 얼굴없는 천사라는 걸 직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직원에게 전화 내용에 대해 말했고, 주민센터 직원들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6년간 찾아왔던 얼굴없는 천사라고 확신했다.

 

정씨와 직원들은 부랴부랴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 쉼터로 달려갔고, 그곳 화단에는 A4용지 박스가 놓여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가득한 돼지 저금통 하나, A용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박스에 담긴 돈은 모두 5033만 9810원이었다. A4용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16년간 4억4764만1560원에 달하는 성금을 보내준 얼굴없는 천사, 현재까지 그의 신상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다. 매해 기분 좋은 미풍이 머릿결을 스치고 지나가듯 금새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민센터 직원 조점순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와주셔서 정말 다행”이라며 “이 분이 실천하는 나눔의 가치는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얼굴없는 천사가 구현하는 진정한 나눔의 가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2010년 1월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이 천사의 뜻을 기리고자 주민센터 화단에 세운 기념비에 적힌 글귀다. 글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전주시장 재임시 직접 붓글씨로 썼다.

 

글귀대로 얼굴없는 천사는 밝게 퍼지는 세상의 등불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