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지역경제 살리는 완주 으뜸상품권

상품권 가맹점 500곳 추가 / 올 15억 원어치 유통 목표 / 지역 자금 역외유출 차단

▲ 박성일 완주군수

지난 2012년 전라북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34조 원이다. 2000년의 19조2900여억 원에 비하면 80% 정도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외형적인 지역 내의 부(富) 생산이 과연 주민소득 증대로 이어졌는가다. GRDP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을지 몰라도, 부의 역외 유출은 심화되고 있다. 2000년에 지역총소득(GRI)은 18조800여억 원으로,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규모는 15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전북의 GRI는 27조 원에 그쳤다.

 

그 결과 7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지역 내에서 소비되지 않고 역외로 유출됐다. 도민이 땀 흘려 번 돈의 1/5 이상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 지속적인 데다 갈수록 그 정도가 커진다면, 가뜩이나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생산활동 확보도 어려운 마당에, 힘들게 만들어놓은 지역 소득마저 외부로 빼앗긴다는 것은 지역경제의 침체를 구조화시켜서다.

 

그래서 최근 지역 화폐가 주목받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가치의 외부 유출을 막는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자원의 내부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를 할 수 있다. 지역 화폐는 1983년 캐나다 코목스밸리라는 섬마을에서 처음 선보였다. ‘레츠(LETS)’라는 이 화폐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통화를 통해 지역의 경제순환을 구축하고자 만들어졌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국가통화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지역경제 순환을 구축하기 위한 지역 화폐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타카아워’, ‘토론토달러’, ‘킴가우어’ 등이다. 이중 킴가우어(Chiemgauer)는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 킴가우 지역에서 2003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했다.

 

원래 이 지역 고등학교 경제 교사인 크리스티안 겔레리가 지역사업 활성화를 위해 고안한 통화인데, 지금은 유로화로의 교환까지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에서도 국가 경제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지자체들이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달러 대신 자체 화폐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공동체 재생운동의 일환으로 한밭레츠나 서천렌츠가 추진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50여개의 지역 화폐가 지역별로 유통되고 있다.

 

완주군도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방지, 소상공인 보호 및 전통시장 육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5년 5월부터 ‘완주 으뜸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완주 으뜸 상품권은 완주군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다. 1만 원권과 1000원권, 두 종류다.

 

완주군 내 소재한 모든 농협에서 액면 금액의 3%를 할인 판매하는데, 유흥업소를 제외한 전통시장 및 소규모 슈퍼, 음식점, 주유소, 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의 으뜸 상품권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약 3억 원의 상품권이 유통되면서 자금의 지역 내 선순환과 함께,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판매망 확보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 상품권 15억 원 유통, 가맹점 500여곳 추가 모집 등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은 상품이 시간에 비례해 가치가 떨어짐에도 화폐는 무관함으로써, 돈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확산과 부자에게로의 소득집중을 비판했다.

 

이에 전국적 차원에서 발행·운영하는 전통적 통화 부문과 돈의 노화 원리에 기반해 지역마다 자율적으로 발행·운영하는 대안적 통화 부문이 공존하는 이원화된 화폐 시스템을 제안했다. 지역 화폐의 이론적 토대다.

 

지역 화폐는 역외 소득유출을 막아 지역의 경제적 자립에 기여하고, 부의 극단적 편중과 화폐순환의 정체도 극복하는 이상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광주대 이상면 교수는 “화폐는 순환이 잘 될수록 소득을 증가시킨다. 증가된 소득이 금융기관에 유입되지 않고 지역 화폐와 로컬푸드 등과 결함돼 지역구매력을 증대시켜야,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 가계의 소득증대 및 부채감소로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완주 으뜸 상품권이 주목받는 이유이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