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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봉사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 "삶은 나눔 있어 행복"

장병·주민 2500명분 요리 / 7년 전부터 음식 보시 실천

▲ ‘자장면 스님’으로 알려진 운천 스님이 14일 부대 체육행사가 열린 35사단을 찾아 장병과 주민 식사용 면을 뽑고 있다.·박형민 기자

“불교에서 널리 베푼다는 뜻의 보시는 불교 실천 덕목 육바라밀 중 가장 첫 번째 덕목입니다.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하지요.”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그릇 주는 공덕,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끼 주는 것만큼 큰 공덕이 있을까. 이를 몸소 실천하는 스님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명 ‘자장면 스님’으로 유명한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 스님이다.

 

스님은 노숙자, 가난한 노인, 군인, 복지시설을 찾아 자장면을 나눠주고 있다.

 

자장면 스님 운천 스님이 14일 부대 체육행사를 가진 35사단을 찾아 전 장병 2000여명은 물론 이날 행사장을 찾은 임실주민 300여명에게 혼자서 2500인 분의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아침 일찍부터 쉼없이 4시간 넘게 정성들여 작업한 결과다.

 

자장면을 시식한 장병들과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낮 12시 식사시간이 되자 체육대회를 마친 검게 그을린 장병들이 부대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스님, 취사병, 봉사단은 팀을 나눠 한쪽에선 면을 삶고, 배식대에서 자장면을 배식했다.

 

자장면을 그릇까지 싹싹 비운 신병교육대 최인걸 병장은 “자장면 재료에 연잎이 첨가돼 일반 중국 음식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칠 맛이 난다”고 극찬했다.

 

이렇게 장병들이 자장면 그릇을 비우는 시간에도 스님은 면을 뽑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지금은 바쁘니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질문하시라”고 손을 저었다.

 

최창규 35사단장은 “오늘 뜻깊은 부대 체육행사에 스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자장면이 용사들과 주민들의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 장병들의 사기도 진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운천 스님의 자장면 봉사 인연은 지난 2009년에 시작됐다.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때 자장면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한 처사 이야기를 듣고서다.

 

자장면을 만드는 기술은 스님이 중국에서 유학하던 도중 배웠다고 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도록 ‘찾아가는 불교’를 실천하겠다는 생각에서 였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자장면의 면발을 뽑는 기계에 손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겪기도 했지만, 스님은 쉬지 않고 손길이 필요한 곳은 전국 어디든 찾아가고 있다.

 

운천 스님은 “따뜻한 음식을 내주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사는 게 고행이라던 부처님 말씀처럼 ‘삶은 곧 고행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기꺼이 바치는 ‘나눔’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승가대 사회복지과와 파계사 율원을 졸업한 운천 스님은 중국 절강성 사범대학교 유학을 마치고 귀국, 지난 2010년부터 남원 선원사 주지를 맡아 오고 있다.

 

스님이 주지로 있는 남원 선원사는 875년(헌강왕 1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신라시대 고찰이다.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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