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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꽃동산 곤지산 1길 시각장애인 집 가보니…지붕 무너지고 벽 기울어 위험천만

앞 전혀 못보는 90대 기력마저 떨어져 속수무책 / 주민센터·완산구청, 집 안전장치 설치 긴급논의

▲ 전주시 완산꽃동산 인근에 위치한 한 주택이 무너진 지붕과 골목길로 갈라진 채 기운 벽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형민 기자

지난 22일 전주시 완산동 완산꽃동산. 넘실거리는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몇 걸음 걸어가자 금세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집 한 채가 보였다. 담벼락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통해 학생과 주민, 관광객들이 연신 오가고 있었다.

 

집 한 쪽 벽면을 만지자 축축함이 손 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 30도 이상 기운 벽면 위로 엿가락처럼 휜 지붕과 서까래가 금방 무너질 것처럼 위태 위태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폐허가 된 집을 들어서니 1급 시각장애인인 이완산(가명·93) 할아버지가 약 36㎡(10평) 남짓한 공간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집이 무너질 것 같다”는 첫 질문에 이 옹은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 집을 사들이고 생활한 지 20년 됐다는 이 옹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이 찾아와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옹은 나이 탓에 기력이 좋지 않고 귀가 어두워 대화도 쉽지 않았다. 1급 시각장애인이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옹은 급격하게 기운 집의 상태를 직접 볼 수 없다. 구순을 넘기면서 건강도 나빠져 예전에 가끔 방문했던 동네 인근 시각장애인협회로의 발길도 끊어진 지 오래다. 지금은 하루 4시간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끼니를 거르지 않을 정도다.

 

이 옹의 집은 지난해 여름 폭우가 몰아친 뒤 지붕이 무너지고 담벼락이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완산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래전 부터 이 옹의 집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LH공사에서 주관하는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으로 곧 옮기실 것 같다”고 희망찬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LH공사의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계약 진행상황’을 조회해보니, 이 옹은 얼마 전 임대주택 입주자로 최종 선정됐지만 계약금 ‘300만원’을 내지 못해 현재는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완산동 주민센터가 말했던 거주지 이전의 희망은 “가족들이 이 옹을 지켜줄 것”이라는 허황한 믿음에서 였지만 4남1녀의 자녀를 둔 이 옹은 딸(52) 외에는 모두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지난해 수소문 끝에 어렵게 연락이 닿은 딸에게 주민센터 직원들이 “겨울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설득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전북도청 민원게시판에서는 “폐가(이 옹의 집)로 인해 주민의 안전에 큰 위험이 남아 있고 꽃동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도시 미관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조치가 시급하다는 민원 글이 올라왔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이 옹의 집이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지난 22일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완산동 주민센터는 완산구청 건축과와 건설과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 이 옹의 집에 대해 복원 및 최소의 안전장치를 설치하기로 논의했다. 그러나 이 옹의 집이 올 여름을 넘길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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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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