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무방비 노출 / 일부 오토바이 개조도 / 전주시 늦게서야 대책
“새벽부터 나와 손수레를 끌고다니면서 폐지를 주우면 몇 천원 어치가 되는데, 도로 위 차 속을 누비며 목숨과 맞바꾼 돈이걸랑. 나도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인도로 다닐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2시. 폐지를 줍기 위해 이모씨(82·전주시 서신동)는 손수레를 끌고 나와 거리의 폐지를 하나 둘 주워담는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지만, 이씨가 다닐 공간은 충분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인도가 아닌 도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밤낮 없이 도로 위를 다니는 이씨를 보는 차들도 깜짝 놀라 연신 경적을 울려대지만, 이씨는 높게 쌓인 폐지 때문에 뒤에서 오는 차를 볼 수조차 없다. 점심 먹는 시간을 빼고 그렇게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자 오후 5시가 됐고 이씨는 인근 고물상으로 발길을 돌려 폐지를 건네주고 몇 천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폐지를 줍고 저녁이 되면 몇 천원을 받는데, 이것은 목숨과 맞바꾼 돈”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폐지 줍는 노인이 전주시에만 230명(완산구 125명·덕진구 10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 노인들은 도로 위로 손수레를 끌고 이동해 본인은 물론, 운전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도로는 손수레나 유모차 등은 이용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러나 2일 본보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 폐지 줍는 노인들은 많은 양의 폐지와 고철 등을 실은 리어카나 수레 등을 끌고 도로 위를 거리낌없이 이동했다.
일부는 오토바이에 수레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전동 휠체어에 수레를 연결해 폐지를 거둬가는 모습도 보였다.
문제는 손수레와 유모차 등을 통해 폐지를 수거한 노인들은 인도의 장애물(가로수, 전압기, 입간판 등)을 피해 대부분 도로 위를 오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안전한 도로환경과 안전장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폐지 줍는 노인들은 물론, 운전자들의 위험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주시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주시 A구청은 지난해 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야광 운동화를 지원하고 착용을 독려했지만 안전교육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B구청도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생필품과 생일 케이크, 방한화, 방한복, 양말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지원은 없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안전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전주시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안전교육과 안전장비 지원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지난달 7일 전주시장과 관내 폐지 줍는 노인들이 간담회를 통해 많은 어려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달 중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안전장비 지원 및 안전교육 등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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