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캄보디아서 전주로 시집 온 톤나롬 씨 "이젠 시어머니와 '카톡' 삼매경"

말 잘 안통하고 행동 느려 혹독한 시집살이 / 송천동에 네 식구 보금자리 마련하고 '새 삶'

▲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문화 차이와 고부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톤나롬 씨가 19일 자택에서 남편 임병술 씨와 두 딸, 시부모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박형민 기자

지난 2011년 7월 배우자를 찾으러 캄보디아에 간 날 임병술 씨(40)가 본 하늘은 유독 맑았다. 부인 톤나롬(28)씨를 처음 본 날이었다.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캄보디아 시내 호텔에서 예비 배우자를 만나려 했던 임씨는 그 옆에 지인으로 함께 나온 톤나롬 씨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 자리에서 예비 배우자가 아닌 톤나롬 씨에게 결혼을 청했고 역시 처음 본 임씨가 마음에 들었던 톤나롬 씨도 이를 허락했다. 이후 3일 만에 약혼식이 열리는 등 결혼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캄보디아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던 톤나롬 씨로 부터 임씨를 소개받은 어머니는 “멀쩡하게 직장도 있고, 돈도 제법 버는데 왜 낯선 한국에 가려고 하느냐. 도박과 같은 짓”이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4남 1녀의 외동딸을 낯선 이국으로 시집보내야 하는 부모는 크게 걱정하며 임씨와의 결혼을 만류했지만 끝내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한국에 가면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임씨가 1주일간의 캄보디아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날 톤나롬 씨는 숨죽여 울었다.

 

한 달뒤 자신의 미용실을 정리한 톤나롬 씨는 “행복하게 잘 살게요. 한국에 가서도 자주 연락할테니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가족들을 위로한 뒤 2011년 9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전주시 전미동의 시골집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시작한 톤나롬 씨의 신혼생활은 장밋빛 꿈과 달리 혹독한 시집살이로 이어졌다.

 

며느리만 보면 둔하다고 힐난하는 시어머니 탓에 ‘문화충격’을 받은 톤나롬 씨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느린 건 당연한 건데 시어머니가 잘 이해해 주시지 않아 매우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남편 임씨는 “그때는 사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중간에 껴 누구 편을 들기가 참 모호했다”고 고백했다.

 

2013년 벚꽃 피는 어느 날. 둘째를 임신한 톤나룸 씨는 “이제 분가를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남편에게 따졌고, 임씨는 “지금 형편에서는 분가가 어렵다”며 등을 돌렸다.

 

믿었던 남편으로 부터 돌아온 매몰찬 말은 톤나룸 씨에게 청천벽력처럼 들렸고, 가출 결심에 불을 지폈다. 그날 저녁 집을 나선 톤나롬 씨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쉼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걱정속에 아내 없는 밤을 지샌 임씨는 “1년 안에 분가할테니,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임씨와 톤나롬, 두 딸 예서(5)·예진이(4)는 2015년 2월 송천동에 네 식구만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9일 임씨와 톤나롬 부부가 사는 송천동의 한 아파트에 임씨의 아버지 임해순(80)·어머니 허귀열 씨(74)가 찾아왔다.

 

매일 같이 시어머니와의 카톡 삼매경에 빠져 산다는 톤나롬씨는 “분가해서 따로 사니까 시아버지·시어머니랑 사이가 더 좋아졌다”며 웃었다.

 

“따뜻한 나라는 여유가 있는데, 어머님 성격이 딱 부러지고 목소리가 너무 커서 반감이 많았다”는 톤나롬 씨에게 허귀열 씨는 “카톡 답장도 느리다”고 응수했다.

남승현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