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3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승우 신임이사장. 이 이사장은 취임 한달 여 동안 재단 현안을 파악하느라 매우 분주하게 보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탐구하고 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역사를 바꾼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었는데, 역사적으로 왜곡·축소된 데다 이제는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3년의 임기동안 관련단체들의 힘을 모아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선양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을 만나 활동계획을 들어봤다.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어떤 인연으로 맡게 되셨는지요.
“훌륭하신 여러분들이 후보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전북사람이어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더욱 각별했을 것으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대학과 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맡은 일이 여럿이어서 시간적으로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특별한 인연을 찾자면 2000년대 초반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적지에 동학농민혁명 교육관과 기념관 건립이 추진됐는데, 그때 전라북도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발원지였던 전라북도의 매우 소중한 역사적 전통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자랑스러운 정신이자 거대한 변화였습니다. 그러한 일을 기리는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바르게 알고 있는 이들이 드뭅니다.
“동학농민군은 반봉건이라는 기치를 들고 전라도 고부에서 일어나 전라도 수부(首府)였던 전주성을 점령한 후 집강소를 설치하고 근대적인 폐정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을 대륙침략의 교두보로 삼고자 조선에 진출한 일본군은 1894년 6월 21일 경복궁을 무단으로 점령한 후 친일내각을 수립하고 청일전쟁을 도발했지요. 동학농민군은 일본군을 내쫓기 위해 반일항쟁의 기치를 들고 삼례에서 제2차 봉기를 단행해 서울을 향해 진군했습니다. 하지만 충남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의 신무기를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이렇게 ‘미완의 혁명’으로 막을 내렸고, 이후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민족간 좌우대립, 분단, 한국전쟁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낡은 중세봉건사회를 극복하고 근대적인 평등을 지향함과 동시에 국권을 유린하던 일제에 맞서 나라와 민족의 안위를 지키고자 했던 동학농민군의 구국애민 정신은 반란사건으로 치부된 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 말씀하신대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동학농민혁명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한 혁명’입니다. 중세문명과 근대문명,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이 충돌하던 19세기말 우리 전북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전개된 일대 사변이었죠. 동학농민혁명은 중세 신분제사회를 극복하고 근대 평등사회를 지향했다는 점과 일제를 비롯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국권침탈에 맞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근대문명의 세계사적 확장 과정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한국사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사적 차원에서도 그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기념재단은 지난 2004년 제정된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등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으로 설립됐습니다. 특별법에서 규정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시설물 건립과 학술연구 및 교류, 유적지 정비, 참여자 유족을 위한 명예회복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와 정신을 알리는 기념, 홍보사업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모아 ‘동학농민혁명 포럼’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전국화에 기여하는 기틀로 삼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연례사업으로 ‘전국 동학농민혁명 기념대회’를 열고 있고, 학생과 교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유적지답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와 유물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습니다. 지금은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과 기념일 제정,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현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임기동안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
-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과 관련해서 지역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이십니까.
“국가기념일 제정은 지난 2004년 특별법 시행 이후 다양한 논의를 이어온 사안입니다만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전국화, 세계화, 미래화를 위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합니다. 지난 2014년에 기념재단 이사장과 전국유족회 회장, 천도교 교령, 역사학계 대표 4인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협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동학농민혁명 전주화약일(6월 11일)을 국가기념일 추천일 단일안으로 확정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 19개 광역지자체와 역사학회, 기념사업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들로 국가기념일 학계자문단을 구성해 논의중입니다.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 기념공원 조성과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어떻게 추진하고 계시는지요.
“기념공원은 정읍시 덕천면 동학로 일대 9만2000여평 부지에 조성될 예정인데요. 예산 확보에 터덕이고 있습니다. 제가 역량을 쏟아야 할 사안입니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현안입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기록물 발굴과 연구, 정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일부 사료는 지역문화재로 등록했습니다. 앞으로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이승우 이사장은] 도청 이전 등 굵직한 현안 해결·공직 퇴직후 교육자 활동
이승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공직자 출신의 교육자다.
1956년 군산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내무부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대통령비서실 근무와 순창군수,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순창군수 재직시절에는 고추장마을을 조성했으며, 전북도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할 때는 도청 이전과 전북테크노파크 건립 등을 담당했다. 지난 2007년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공직 퇴직 후 지난 2008년부터 군장대학교 총장을 맡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제30대 전라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제16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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