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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며느리 '베트남댁' 레티리엔 씨 추석맞이 "이젠 명절 준비 어렵지 않아요"

결혼 4년차 시부모·남편·아들 둘 '오순도순' / 된장국은 아직도 못 먹지만 한국음식 '척척'

▲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의 한 주택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종갓집 며느리 레티리엔(사진 오른쪽)씨와 가족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형민 기자

“추석 상차리가 어렵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1년에 제사상만 6번 차리는데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예요. 하하!”

 

나이 스물하나에 한국남자와 결혼한 레티리엔 씨(24·베트남)는 1년에 제사(명절 포함)만 6번 치르는 ‘종갓집 며느리’이지만 시종 유쾌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레티리엔 씨와 시아버지·어머니, 남편, 두 아들을 만났다.

 

“베트남 전통의상이나 한복을 입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건만 가족들은 ‘꾸밈’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종손 집안의 며느리인데, 추석 명절 준비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레티리엔 씨는 “한국에서 추석을 맞은 게 4년째인데, 명절 포함해서 1년에 제사가 6번이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시어머니께 혼도 났는데, 이제는 식은 죽 먹기예요”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남편 이진화 씨(43)는 지난 2013년 3월 교회 목사님의 소개로 레티리엔 씨를 운명처럼 만났다.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제조회사에 다니던 레티리엔 씨는 6명의 친정 가족 중 일부가 만류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설득해 “레티리엔이 잘되기를 기도한다”는 응원과 함께 2013년 7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공항에서 시집 식구들을 만났을 때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떠올라 슬픔에 차올랐다. 더욱이 처음에는 한국 음식의 냄새가 좋지 않아 보기도 싫을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명절에는 냄새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아직까지도 된장국은 못 먹겠다”는 레티리엔 씨는 요근래 남편과 함께 전주 시내 ‘쌀국수 맛집 투어’를 나서며 집집마다 다른 쌀국수 맛 평가를 한다.

 

끈기와 몰입이 대단해 한국어 능력 시험도 단번에 합격했다는 레티리엔 씨. 그는 지난 8일 전주시전통문화관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 본선 무대에서 금상을 받았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영락없는 어느 댁 얌전한 규수처럼 보이는 레티리엔 씨는 이번 대회에서 ‘나의 꿈’을 주제로 5분간 연설해 객석을 압도했다. 섬세하고도 파워풀한 한국어 실력 만큼이나 레티리엔 씨는 대범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신사임당’을 꼽은 레티리엔 씨는 “한국의 현모양처가 되겠다”고 외쳐 심사위원과 관중들의 가슴을 울렸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레티리엔 씨는 첫째 아들 이중범 군(3)이 유치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을 내밀었다. “여기 보면 ‘아이가 잘 적응하고 말을 빨리 배우고 똑똑하고 착하다’고 써있죠? 요즘은 아이들만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고 행복해요. 부러울게 없지요.”

 

베트남에서 시집 온 아내이자 종갓집 며느리, 두 아들의 엄마인 레티리엔. “한국의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그의 ‘꿈’을 지키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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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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