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알아주지 않아도
여기 피어 있습니다
스치며 눈길 주지 않아도
여기 피어 있습니다
풀숲에 묻혀 보이지 않아도
여기 피어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꽃인 걸
내게도 하늘이 있어
여기 피어 있습니다
△풀숲에 묻혀 빠끔히 얼굴 내민 돼지감자꽃이 치맛자락을 붙잡는다. 가녀린 줄기에 꽃을 이고 사는 풀꽃이다. 간당간당 노랑꽃이 바람을 붙들고 산다. 기생초가 시들고 나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꽃. 이름을 안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천박하게 사는 것 같아서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도 꽃은 핀다. 그래, 네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너는 매년 그 자리에 피어 있더라. 나도 너처럼 눈길 주는 이 없어도 산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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