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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색 입은 '군산 화투' 생뚱? 참신?

독립운동가 등 이미지 담아 관광지서 판매 / "일제가 가져온 놀이를…" vs "홍보 수단 좋아"

#1. 최근 군산에 관광 온 김모 씨(52)는 근대역사박물관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판매하는 ‘군산화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화투는 일본의 전통 놀이인데, 거기에 군산이라는 지명을 넣어 기념품으로 파는 건 쌩뚱맞다”고 말했다.

 

#2. 전주에 관광 온 이모 씨(28)는 한옥마을 인근 상점에서 판매하는 ‘전주화투’를 보고 박장대소했다. 그는 “한옥마을에 오면 먹을 것 말고는 남는 게 없는데, 전주를 소개하는 화투가 참신하고 기억에도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서 전래된 화투가 도내 일부 지역에서 지역색을 입혀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놓고 ‘명분 없는 지역 연계’라는 주장과 ‘참신한 홍보 수단’이라는 반론이 나오면서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별안간 ‘화투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해 4월 군산시는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표현한 관광 기념품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군산시 대표 관광지 기념품 공모전’에서 ‘군산 화투’를 은상으로 선정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심사결과 개인 출품작인 군산 화투는 기존의 일본 화투에 군산의 주요 관광지를 대입한 참신함에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군산 시내 일부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5000원에 판매되는 이 ‘군산 화투’는 화투에 군산세관과 은파호수공원, 임피향교, 새만금, 동국사, 조선은행 등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그림과 글씨로 소개돼 있다. 쌍피에는 김구와, 윤봉길, 유관순 등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와 매국노로 불리는 이완용의 캐릭터도 등장한다.

 

전주 한옥마을 등지에서는 ‘전주 화투’도 판매되고 있는데 군산 화투와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전통 놀이에 지역을 연계하는 것도 이상한데, 독립운동가의 이미지가 담긴 것은 의도를 떠나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리아교육연구소 한기택 소장(前 이리여고 교장)은 “화투 패의 광(光)자는 일본기의 ‘붉은 원’에, 욱일기와 봉건영주를 나타내는 합성어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의미를 생각하면 화투를 기념품으로 제작·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화투가 조선시대 말기부터 일본의 식민지 정책 중 하나로 국내로 유입됐지만 현재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많이 화투를 이용하고 있고, 예술계와 문화계 등에서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명분 없는 지역 연계’주장은 케케묵은 논리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군산과 전주의 화투가 출시된 지 2년 새 6000~7000개나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올해 초부터 부산 해운대구의 한 마을기업에서는 ‘해운대 화투’를 만들어 해운대 관광기념품 홍보관에서 판매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 ‘군산 화투’가 군산의 기념품 공모전에서 선정되고 나서도 사행성과 전통성 논란이 있었다”며 “그러나 화투가 예술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도 커 지역을 연계한 홍보 수단 방식으로 반드시 틀렸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군산 화투·전주 화투’를 제작한 이진우 씨는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빵만 사가는 게 우려스러워 영화 ‘타짜’의 촬영지이기도 한 군산을 소개하기 위해 화투를 개발했고, 반응도 굉장히 좋다”며 “나의 의도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나라 문화를 강탈해 분노를 금할 수 없는데, 이제 화투를 우리 문화로 편입해 숨겨진 가치를 창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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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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