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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로 귀촌한 배승태·김다솜 부부의 특별한 결혼식 "행복한 목수와 농부가 될게요"

서울 생활 접고 시골로…신부가 먼저 귀농 권유 / 축의금은 축가로 대신

▲ 8일 완주군 고산면 완주공동체지원센터 야외 잔디밭에서 귀촌 부부의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 배승태씨가 신부 김다솜씨가 탄 나무 수레를 끌며 행진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완주군 고산면 완주공동체지원센터 야외 잔디밭에서 신랑 배승태(34)·신부 김다솜(27) 부부의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검정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 배 씨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 김 씨가 탄 나무 수레를 직접 끌며 결혼식장으로 행진해 들어오는 뜻밖의 광경에 돗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300여 명의 하객은 소리를 지르며 손뼉을 쳤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카메라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이들 부부는 주례와 양쪽 부모, 하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세 줄짜리 혼인서약문을 읽고,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결혼식 행사가 모두 끝난 뒤 미리 준비한 의자에 앉은 신랑 신부는 마이크를 잡고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고산까지 와서 살며 어려운 점도 많았는데, 마을 주민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행복한 목수와 농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5분 가량 진행된 미니 토크쇼에서 이들 부부는 귀촌한 뒤 마을 정착에 도움을 받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했다.

 

서울 출신인 신부 김다솜 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사회에 대한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진로를 바꿔 2012년 ‘퍼머컬쳐학교’를 통해 완주군에서 1년간 농사일을 한 것이 귀촌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살고 싶었던 김 씨의 옆에는 대학 시절 자원봉사를 하다 만난 신랑 배승태 씨가 있었다.

 

인천 출신인 신랑 배승태 씨는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중 자원봉사를 온 아내를 만났는데, 갑작스럽게 완주로 귀촌하자는 권유를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만들기’에 평소 관심이 많아 목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결국 아내와 함께 귀촌해 지금은 집 짓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생활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완주로 귀촌한 부부는 결혼식도 예사롭지 않았다.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는 대신 하객들에게 축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하객들은 로컬 푸드를 중심으로 준비된 식사를 마친 뒤 기타 반주에 노래하거나 디제잉을 하며 흥을 돋웠다.

 

그러나 이날 결혼한 부부에게 행복했던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난 2012년 완주로 귀촌한 김 씨는 거주할 집을 마련하지 못해 마을을 전전했고, 지난해 지인에게 땅을 빌려 지은 벼농사는 도열병과 가뭄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았다.

 

김 씨는 “큰일이 없으면 장맛비에도 어김없이 논에 출근했지만, 벼농사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며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연농과 농부의 주권을 지키는 씨앗의 채종을 시도하는 농사꾼 지망생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부모님과 시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지금은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며 “아직 소득 없는 농부이지만, 때와 계절에 따라 땀 흘린 시간이 지금은 더 값진 소득원이 됐다”고 했다.

 

배 씨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 귀촌한 우리의 모습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힘든 날이 더 많겠지만, 실력을 갈고닦아 완주군에서 청년 목수와 농부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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