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4:5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임희춘·유항우 부부 "현장 몰라 멀쩡한 닭 살처분"

"자식같은 닭 보면 행복…획일적 살처분 있는 한 심적 고통은 계속될 것"

▲ 지난 2일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성금 전달식에서 농장주 임희춘·유항우 씨 부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삶이 힘들지 않냐고요? 전혀요! 자식 같은 닭을 보면 행복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지침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하며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한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 유항우 씨(55)는 익산시의 달걀 반출 허용(3일자 4면 보도)에 이르기까지의 어려웠던 과정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이하 참사랑 농장)’은 서울 출신인 임희춘 씨(50)와 유 씨 부부의 합작품이다. 군대에서 특전사로 26년간 복무하다 지난 2011년 12월 전역한 남편 임 씨는 부인 유 씨와 함께 양계를 배우기로 결심했고 지난 2013년 완주군의 한 양계장에서 2년간 일하면서 양계업의 기본기를 터득했다.

 

자연양계를 전수받은 이들 부부는 지난 2015년 매물로 나온 300평 규모의 현재의 농장을 매입하고 산란계 5000마리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고, 하루 4500~4600여 개의 달걀을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연합’과 로컬푸드, 학교 급식 등으로 납품해 왔다.

 

유 씨의 농장은 동물복지 기준(1㎡당 9마리)보다 넓은 계사(1㎡당 5.5마리)에 닭을 방사하고 친환경 사료와 영양제 등을 먹여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 HACCP(식품안전관리 인증)를 받았다. 익산시 농축산물브랜드인 ‘탑마루’를 붙여 공급된 참사람 농장의 달걀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농장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AI사태를 맞았다.

 

지난 3월 5일 농장에서 2.1㎞ 떨어진 하림 직영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며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받은 반경 3㎞ 이내 16개 농장에 포함됐지만 참사랑 농장은 살처분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유 씨는 “획일적인 살처분 명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 3월 5일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전주지법은 “신청인의 손해는 금전적으로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더욱이 지난달 익산시는 이들 부부를 살처분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로 고발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8일 해당 방역대가 예찰지역으로 바뀌면서 지난달 27일부터는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출하가 허용됐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유 씨 부부는 처벌받을 수도 있지만 AI가 종식되면 참사랑 농장의 닭들은 목숨을 건질 수도 있다.

 

유 씨는 3일 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웠다던 닭의 예방적 살처분 결정에 반발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기분’을 물었을 때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정부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 인증받은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면서 닭을 자식같이 키워왔다”며 “닭의 시료를 대학에 보내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AI 음성판정을 받은 멀쩡한 닭에게도 살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관료들의 행정주의”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말부터는 수익이 나지 않아 급기야 대출을 받고, 거래처에 돈을 빌리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AI로 화제의 중심이 된 이들 부부에게는 최근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명달걀’이란 이름의 성금 750여만 원을 부부에게 전달했다. 부부는 감사의 표시로 전국에서 참여한 160여 명의 후원자에게 계란 1판씩을 택배로 보내 인사를 했다.

 

1남 1녀의 자녀를 둔 이들 부부는 “살처분 명령을 받은 뒤 아침에 밥을 주러 계장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얘들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매일 눈물을 흘렸다”며 “획일적인 살처분을 해야 하는 법이 있는 한 우리 아이(닭)들이 언제 또 살처분을 당해야 할지 모를 심적 고통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승현 realit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