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서한 원본·복본 / 대주교, 비밀문서고에 보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이어 바티칸 교황청이 전주한지에 주목하면서 전주한지가 세계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기관에서 전주한지를 소장하게 돼 문화유산으로서의 한지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김혜봉 세계종교평화협의회 의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주한지로 복본한 고종황제 서한을 전달한데 이어, 9일(현지시간)에는 바티칸 비밀문서고 책임자인 장 루이 브뤼게 대주교에게 이 서한을 전달했다.
장 루이 브뤼게 대주교는 전주한지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이 문서를 원본과 함께 비밀문서고에 공식문서로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서한은 고종황제가 1903년 즉위한 비오 10세 교황이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으로, 1904년 주불공사 민영찬이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한은 비오 10세 즉위를 축하하고, 건강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는 고종황제 서한과 함께 당시 뮈텔 조선교구 교구장이 보낸 서한 등 50여 장도 전주한지로 똑같이 재현해 기증했다. 서한에는 러일전쟁과 한국천주교 규모 등 당시 조선 상황 등을 담은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 서한은 지난 5월 바티칸 비밀문서고에서 디지털파일로 전주시에 건넨 것으로, 전주시가 지난해 세계종교평화협의회 초청으로 전주를 방문했던 비밀문서고 엔리코 플라이안 박사에게 한국관련 문서 복본화 제안을 한데 따른 것이다.
서한은 양지로 제작된 것인데, 110여년이 지나면서 변색되고 일부는 부스러지는 등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바티칸 비밀문서고와 협의를 거쳐 원본을 직접 보고 고문서 복본기술을 활용해 전주한지로 똑같이 만들었다.
고종황제 서한 복본을 받은 대주교는 전주한지의 재현력과 보존력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주교는 “귀한 문서를 한지로 복본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바티칸 문서고에 내용이 규명되지 않은 문서가 많다”며, “한국관련 문서 디지털아카이브 구축에 동참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앞으로도 유수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주한지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덕 바티칸 교황청 공사는 “바티칸 비밀문서고에서 전주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주시의 이번 작업이 앞으로 바티칸 도서관·박물관과 한국관련 사료 발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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