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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거리, 지붕없는 공연장되다] ⑤스페인 공연축제 '피라 메디테라니아' - "전통이 창의성의 원천"…민속 공연 발전시켜 도시 성장 이끌어

나흘간 도시 광장·미술관 등 21개 거점서 200여회 마련 / 70%는 일반인 대상 무료로…전문가 위한 유료공연·마켓도 / 지자체·주민 적극 협조·향유…축제 예산의 7배 벌어들여

▲ 스페인 거리예술단체 ‘Xip Xap(십 샵)’이 만레사 번화가를 거닐며 아이들에게 목각동물인형으로 말을 걸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가량 달리면 거친 암벽과 마른 풀빛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나타난다. 인구 7만 명의 소도시 만레사(Manresa)다. 마을 외곽에선 골목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릴 정도로 조용한 동네지만 가을이 되면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매년 유럽권의 100여 개 공연단체가 참여하는 국제공연축제 ‘피라 메디테라니아 데 만레사(Fira Mediterrania de Manresa·만레사 지중해 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 스페인 만레사 도시 전경.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피라 메디테라니아’는 음악·무용·서커스·연극·시낭송·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친 전통 문화 공연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중심이다. 축제가 지역 전통 문화·민속 공연 단체들의 모임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카탈루냐 정부와 만레사 시의회는 예산과 축제 조직위 설립을 지원해 단체들의 활동을 ‘피라 메디테라니아’ 축제 형태로 발전시켰다. 지역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다른 전통 문화와의 교류를 활성화 해 지역 민속 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전통이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축제의 제1목표다. 동시에 도시가 가진 문화 자원을 집약시켜 관광객 유치를 높이고 도시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자 한다.

▲ 프랑스 서커스 단체 ‘Cirque Rouages(시크 루아즈)’가 스페인 만레사 시청광장에서 공연을 하자 주변 상가 손님들과 주민들이 모여 구경을 하고 있다.

전북지역 역시 관광 자원화를 목표로 시·군별 전통문화 거리공연을 하는 노상놀이 사업 등이 진행되는 상황. 지난 10월 5일부터 8일까지 만레사 거리·광장·공공시설 등 21개 거점에서 열린 ‘제20회 피라 메디테라니아’의 축제 노하우와 도시 현장을 돌아봤다.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스페인은 새파란 하늘과 바람도 없는 온화한 날씨 탓인지 도시가 여유롭다. 스페인 출장을 함께 한 통역사는 오전 9시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관광 온 한국인밖에 없다는 농담을 할 정도. 대신 이들의 밤은 길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스페인은 광장·테라스 문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일을 마친 도시민들은 오후 6시가 되면 식당과 바(bar)로 향한다.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함부로 건물을 짓거나 부술 수 없어 기존 건물 1층에 식당·술집·슈퍼 등이 있는 주상복합단지 형태다 보니 거주민들은 집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먹고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광장이 펼쳐진다.

▲ 무용단체 ‘Cia.Maduixa(시아 마두이샤)’가 만레사 시청 광장에서 스페인 전통 무용을 재해석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만레사 역시 오후 6시가 되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모였다. 프랑스 서커스 단체 ‘Cia.Maduixa(시아.마두이샤)’의 단원들이 줄 하나에 의지해 역동적인 몸짓을 만들어냈다. 약 300여 명의 관중은 자리를 뜨지 않고 한 시간가량을 서서 관람했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을 끝낸 단원들과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또다른 관객들은 다른 거리 공연 장소로 산책을 떠났다.

 

주로 아이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낮 공연은 더욱 자유로웠다. 스페인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동물인형을 만들어 공연하는 ‘Xip Xap(십 샵)’은 거리를 누비며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피라 메디테라니아’는 국내·외 공연축제 포럼 등에서 노하우가 강한 축제로 평가받는다. 첫 번째 강점은 자치단체와 지역민, 축제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진다는 것.

 

총 공연 200여 회 중 약 70%가 거리, 공공시설에서 무료로 열린다. 시의회에서는 거리, 광장은 물론 영화관, 극장, 미술관, 박물관, 주차장, 도서관 등 다양한 시립 기반 시설을 사용하도록 협조하고, 축제 기간 인력도 지원한다. 또한 시의회가 축제 후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증인 역할을 한다.

 

인근 상인들도 축제와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고 광고한다. 인근 식당 주인은 “축제 소식지에 식당 광고를 내고 홍보한다”며, “축제로 방문객이 늘어나면 지역 전반에 걸쳐 활성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지역 상인들도 광고, 후원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집 바로 앞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민원은 한 건도 없다. 축제 기간 광장 주변 건물을 올려다보니 발코니 마다 거주민들이 나와 공연 관람을 했다. 자정까지 이어지는 공연에도 오히려 명당에서 관람했다며 좋아하는 주민들에게서 삶에 녹아 있는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었다.

▲ 스페인 만레사 공연예술마켓 본부에 마련된 공연마켓. 축제를 방문한 공연인 및 관계자들이 작품 홍보 및 판매 등을 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공연 업계 전문가와 대중 등 수요층을 나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도 강점이다. 약 70곳의 공연 기획사·단체들과 기획자·예술 감독 등이 작품을 홍보·계약 할 수 있는 마켓을 만들었다. 데이비드 이바네즈(David Ibanez) 피라 메디테라니아 예술감독은 “전문성·예술성·격식을 원하는 수요에 맞춘 실내 유료 공연(약 30%)과 대중적으로 도시를 찾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거리 공연·체험(약 70%)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20년을 이어온 축제는 도시를 성장시켰다. 만레사 대학교의 FUB 연구소에 따르면 피라 메디테리아의 경제 창출 효과를 총 700만 유로(약 90억)로 추산했다. 문화에 대한 경제적 영향(400만 유로)와 관광(300만 유로)산업을 합계한 것이다. 이는 축제 예산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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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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