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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서 청년들 '국악 버스킹'

대금 전공한 김지훈 씨, 예술인 40명과 합심해 전주서 우리음악 공연

▲ 김지훈 씨와 청년 예술인들이 한옥마을에서 국악 거리공연을 하는 모습.

전주에 사는 김지훈 씨(35)는 한옥마을에서 대금을 부는 청년이다. 지난 2014년부터 매주 토요일 한옥을 등지고 관광객을 향해 대금을 불었다. 김 씨는 “고즈넉한 한옥마을에서 울려 퍼지는 대금 소리에 사람들은 발길을 멈춘다”고 했다.

타고난 ‘국악 버스킹’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서양음악을 원했지만, 가족의 조언으로 국악을 택했다. 전북대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예술경영을 배웠다. 20대 중반 단순히 대금을 부는 것보다는, 어떻게 전달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김 씨는 한옥마을이 달리 보였다.

“한옥마을은 밤에 걷기 참 좋은 거리였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는요.”

과거의 전주 한옥마을은 없었다. 길거리 음식점이 난립해 상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에 김 씨는 “한옥마을의 정체성 훼손은 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며 “돈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 셈”이라고 했다.

문제는 버스킹(거리 공연) 문화다. 그는 “서울과 부산, 대구처럼 버스킹을 축제로 하는 지역과 달리, 전주 한옥마을은 무분별하다”며 “한옥과 전혀 관계가 없는 분들이 와 가요나 팝송을 부르고 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29일 한옥마을에서 김 씨는 청년 예술인 40명과 함께 ‘한옥 버스킹’을 했다. 판소리와 가야금, 사물놀이가 전주 한옥마을에 울려 퍼졌다. 이를 본 관광객은 “이제서야 한옥마을에 온 기분이 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김 씨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희망을 품고 있다. 한옥마을에 왔을 때 골목 어디서든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예술가들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지난달 24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https://www.wadiz.kr)에 ‘한옥마을, 한복 그리고 청년 예술가들의 국악버스킹’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오는 25일까지 300만 원이 목표다. 12일 오후 3시 현재까지 38만8000원이 모였다. 비용 전액은 청년예술가들이 한옥마을에서 지속적인 ‘국악 버스킹’을 하는 데 쓰인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도움으로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한 김 씨는 “음악은 공기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음악을 들으면 당시에 있었던 일과 사람이 기억 속에서 꺼내진다”면서 “전주로 떠나는 여행이 더욱 특별해지고, 더욱 특별한 인연을 거리에서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펀딩글에는 “외국인 친구에게 한옥마을을 소개할 때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가슴 속 추억으로 안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등 댓글이 달렸다.

김 씨는 “펀딩이 끝나고 내년 봄부터는 맛깔나는 ‘한옥 버스킹’을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청년예술가들이 한옥마을의 전통을 지킬 수 있도록 전주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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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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