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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떼죽음' 고창 양식장 가보니] 최강한파로 16만마리 폐사

올 11월 출하 목표로 쪽잠자면서 키웠는데…부안 등 인근 피해 속출 / 바지락 어장도 시름 커…추위 이어져 농가 긴장

▲ 29일 고창군 흥덕면의 한 양식장에서 한파 등의 영향으로 약 16만 마리의 숭어가 폐사한 가운데 양식장 관계자들이 죽은 숭어를 건져내고 있다. 고창 = 박형민 기자

“올해 처음 키운 숭어인데, 한순간에 죽어버리다니….”

 

29일 오전, 고창군 흥덕면 목우마을 인근 가두리 양식장. 이석현 대표(55)는 연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오는 11월 출하를 위해 키운 숭어 16만 마리가 갑자기 찾아온 한파 등의 영향으로 폐사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의 1만6528㎡(5000평) 규모 가두리 양식장 2곳에는 하얀 배를 드러내놓고 둥둥 떠 있는 숭어가 가득했다. 비린내도 진동했다.

 

20여 년간 줄곧 새우를 키운 이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숭어 양식에 도전했다. 그러나 강추위가 시작된 지난 26일부터 ‘자식 같은’ 숭어가 눈앞에서 죽어 나갔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치어(稚魚) 80만 마리를 구입한 뒤 양식장 옆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며 아내와 함께 자식처럼 돌봐왔다”면서 “최근 상품 가치가 있는 숭어는 출하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한파가 양식장을 덮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주 금요일부터 주말까지의 한파로 수온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은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은 숭어가 더 죽지 않을까 아내와 함께 죽은 숭어를 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죽은 숭어를 빨리 건져내지 않으면 산 숭어까지 죽게 된다”면서 “숭어의 활동이 많아지는 3월이 되면 추가 폐사가 예상돼 피해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숭어는 보통 1㎏당 9000원~1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어, 폐사한 16만 마리의 가격만 2억 원에 달한다.

 

숭어의 겨울철 생존 수온은 2~3도로 다른 양식어류에 비해 저수온에 폐사되기 쉽다. 고창은 지난 26일 최저 영하 12도, 27일 영하 13.7도, 28일 영하 4.8도까지 기온이 떨어졌으며, 이 대표의 가두리 양식장 수온은 지난 주말 영하 1도였다.

 

인근 숭어 양식장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고창과 부안 지역 숭어 양식장 5곳에서 69톤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어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는 최근 한파와 저수온 탓에 어류가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연구센터는 특히 추위에 약한 바지락에 대해 물이 모두 빠지는 오는 31일, 부안 곰소만 바지락 어장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갯벌연구센터 송재희 연구원은 “숭어 떼죽음이 지난 2012~13년에 발생한 바지락 대량폐사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조사결과 양식장 숭어는 한파 때문에 죽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확인되면 지원을 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주말 강추위가 예고돼 추가 피해 등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최강 한파’는 주춤하다가 주말에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29일 전주기상지청은 30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도에서 영하 8도, 낮 최고기온 영하 1도에서 영하 2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31일부터 기온이 평년 수준에 이르다가 주말인 다음 달 3일과 4일 다시 영하 10도 이하의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주말에 서해안과 일부 내륙을 중심으로 눈 소식도 있어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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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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