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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50) 3장 백제의 혼(魂) ⑨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북문 수비군사는 50여명입니다.”

 

서문 수문장 여준이 병사 차림의 계백에게 말했다. 오전 사시(I0시) 무렵, 여준은 잠시 틈을 내어 계백과 화청을 북문 근처로 안내한 것이다. 북문은 서문보다 좁았고 북쪽 산간지대로 통하게 되어 있어서 길도 좁았다. 서문과 동문이 국도로 통하는 길이라 대로(大路)다. 북문이 보이는 길가의 돌담 옆에 서서 계백이 여준에게 말했다.

 

“북문이 지키기가 쉽겠소.”

 

“아, 그렇군요.”

 

탄성을 뱉은 여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이오. 일단 성문을 빼앗으면 선봉군이 올 때까지 지켜야 될 테니까요.”

 

그렇다. 성 밖에 백제군이 나타났을 때 성문을 빼앗기는 힘든 것이다. 그때는 성안의 전 병력이 성문 근처에 집결해오는 상황이다. 계백이 주위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성문이 통나무로 되어있고 근처에 민가가 밀집되어 있어서 불을 지르면 북문 근처가 불바다가 될 것이오. 그러면 신라군이 접근하기 힘들겠지.”

 

“과연 그렇습니다.”

 

화청이 말했다.

 

“선봉군이 불길을 목표로 달려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문을 놔두십니까?”

 

여준이 묻자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수문장은 서문에서 기다리고 계시오.”

 

“알겠습니다. 오늘 밤에 계획대로 선봉군이 닿았으면 좋겠군요.”

 

계획대로라면 한솔 협반이 이끄는 선봉 기마군 3천이 오늘밤 안으로 대야성에 닿아야 한다. 그리고 한나절쯤 후에 윤충이 이끄는 기마군 중군(中軍) 7천5백이, 그리고 내일 밤에는 후군 3천5백이 들이닥쳐야 한다. 그리고나서 그 다음날, 의자대왕이 친히 이끄는 친위군 2만이 도착하는 것이다.

 

오시(12시) 무렵 또 전령이 대야성으로 달려왔다. 이번에는 대야성에서 서쪽으로 150리쯤 떨어진 웅산성에서 보낸 전령이다.

 

“군주! 백제 기마군 5천여기가 동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것이 오늘 오전 축시쯤 되었소!”

 

전령이 가쁜 숨을 뱉으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김품석이 청에서 전령을 맞았는데 보고 내용도 상세하다. 전령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기마군은 경장 차림으로 웅산성 앞 5리 지점을 통과하여 곧장 동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또 동쪽이냐?”

 

김품석이 소리치듯 물었지만 전령이 대답할리는 없다. 웅산성에서 동쪽으로 직진하면 역시 신라국 왕성(王成)인 동경성이 나오는 것이다. 김품석이 물었다.

 

“5천기가 맞느냐?”

 

“예, 맞습니다!”

 

“전쟁이군.”

 

혼잣소리로 말한 김품석이 지시했다.

 

“다시 왕성에 전령을 보내라! 백제 기마군 5천이 오늘 오전 축시에 대야주의 웅산성을 통과, 동쪽으로 달려갔다고 해라! 그럼 거리와 위치가 나올 것이다!”

 

그때 대아찬 벼슬의 부장(副將) 김용하가 한걸음 나섰다.

 

“군주, 오전 축시에 기마군이 웅산성을 통과했다면 거리상으로 오늘 저녁 술시 경에 대야성에 닿습니다.”

 

“이곳, 대야성에?”

 

김품석이 손가락을 구부려 청 바닥을 가리켰다.

 

“여기로 온다고?”

 

“예, 어쨌든 이곳도 웅산성, 박천성에서 동쪽입니다.”

 

“동남쪽이야!”

 

김품석이 짜증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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