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지역문화진흥법, 행정 편의에 의의 퇴색 하향식 사업, 예술행정 자율·창의성 침해도 재단 조직체제 개편·중앙 예산 세분화 요구
그러나 2016년 하반기 폭로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등으로 인해 문화·예술 정책 및 사업에서 지역과 특정 예술인들이 배제되고 중앙단위로 이뤄지는 등 지역문화진흥법이 체감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현 정권에서는 지역이 문화적 주체로서 가치실현을 할 수 있도록 문화분권·문화자치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 정책 현황에 대해 짚어보고 지역 문화·예술을 꽃피우기 위한 실질적인 보완점, 대안 등을 모색해본다.
△ 문화예술 법안의 문제점
‘지역문화진흥법’은 국가 중심의 문화행정체제에서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역이 주체가 되도록 한 법률로, 국민의 문화 향유에 초점을 맞춰 법제화 한 것이다.
문화 분권의 기초가 되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사실상 큰 효과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제들 모두 행정·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장과의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문화예술, 지역문화, 예술인복지, 문화예술교육 등 관련 법률이 분산되고 파편화됐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관료주의 문화행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국가 단위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문화예술 생태계에 대한 통합적인 정책이 부재한 실정이다.
하향식 사업으로 예술행정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침해하는 것도 지적을 받는다. 문체부 및 산하기관에서 예산을 지역별로 분배하고 자율적인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각종 공모사업을 남발해 지역문화의 자생력을 저하시킨다. 지역에서 직접 현장과 부딪히는 광역·기초재단, 문화원 등의 상호 협력도 어려워진다.
△ ‘문화분권’ 위해 중앙 어떻게 변해야 하나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유사 법률 통합, 문체부 및 산하 공공기관들의 역할 재구성, 지역 문화재단간 연대 등을 강조했다. 이는 전국 문화재단들이 모이는 포럼, 회의 등에서도 일관되게 나오는 주장이다.
구 팀장은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예술인복지, 문화예술진흥, 문학진흥,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비슷한 영역임에도 통합이 안 돼 유사한 성격의 사업이 많이 생기고 중복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유사 법률을 묶어서 하나의 큰 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의 위상과 역할 재구성, 산하 기관들의 통합도 필수라는 조언이다. 문체부는 국가 문화행정의 콘트롤 타워이자 플랫폼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기관이고, 직접 사업은 산하 기관과 지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전문성과 행정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문체부 산하기관과 광역 문화재단 등이 단순한 실행기관이 아니라 자율성, 전문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기능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의 토론회가 올 상반기에 예정돼 있다.
문체부와 광역문화재단간 새로운 관계 설정도 요구된다. 수직적인 사업 전달 방식이 아닌 다원적이고 자율적인 지역문화정책 수립과 집행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보충성의 원리에 기반한 문화 분권’, ‘지역의 자율과 책임’ 등의 기본원칙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공모방식을 지양하고 협력의 관점에서 지역이양 사업을 대폭 확대, 광역 단위의 정책 수립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목소리다.
△ ‘문화분권’ 위해 지역 어떻게 변해야 하나
문화분권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선 지역 문화·예술 거점·플랫폼 역할인 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구혜경 팀장은 “지역에서는 광역·기초 문화재단간 연합·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광역과 기초 문화재단이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광역과 기초 재단 간 사업이 중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함께 움직이며 사업을 분리·조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북문화관광재단 역시 16개 재단이 속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60여 개가 묶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와 공동으로 정책 제안을 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양한 정책포럼을 준비하고 있고, 문체부와 지역문화재단 간 협의체도 구성해 운영한다.
또 직접 수행 사업은 지양하고, 도내·외 문화재단 간 협력사업도 단계별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기초재단 행사 지원, 재단 연계 공동추진 사업 발굴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분권 실현을 위해 보완돼야 할 점도 있다.
구 팀장은 “문화재단 내 조직체계를 팀체제에서 본부체제로 개선하면 정책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예진흥본부, 문화관광본부 등 본부체제로 가면 본부 안에서 부서 간에 비슷한 성격의 사업은 통합하고 융·복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예술인을 위한 창작 활성화 지원에서 생활문화 및 공공예술을 지원하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중앙 기관·자치단체 등에서 내려오는 사업 예산도 세분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문예진흥기금 등 항목별로 예산이 배분됐기 때문에 문화·예술 분야에 할당된 명확한 몫이 있었지만 최근 지역발전특별회계 예산으로 묶여 내려오고 있어 그 안에서 문화·예술 분야 몫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올해 문화예술 정책 어떻게 펼쳐지나
- 쇠퇴공간 문화공간 활용…지역전문인력 양성에 주력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정책안을 살펴보면, 지역 분권시대를 앞두고 지역의 사람, 문화를 풍부하게 해 지역문화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과거 ‘지역문화진흥법’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못한 것을 고려해 지역이 문화적 주체로서 가치를 발휘하도록 했다.
유휴 산업시설 등 쇠퇴한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지역문화기관과 문화 전문가가 참여해 문화공간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 공간과 콘텐츠와 인력을 융합해 지역을 재생한다.
정현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이 최근 폐공장을 재단장해 만든 문화공간 ‘전주 팔복예술공장’을 방문해 지역 재생 모범 사례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문화전문인력 200명 양성, 지역문화시설 전문인력 50명 배치도 목표다.
지역 문화예술기관·문화재단간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지역콘텐츠페어 등을 통해 지역문화가 자생할 수 있는 역량도 키운다.
전북엔 지역 콘텐츠기업 육성센터를 설치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도시 조성계획 컨설팅 및 문화도시 지정, 공공디자인 종합계획 수립, 마을미술 프로젝트 등 공공 환경 조성에도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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