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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10) 6장 해상강국(海上强國) ⑥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오, 왔느냐?”

 

의자의 절을 받은 태왕비 선화공주가 잔잔한 표정으로 맞는다.

 

“어마마마 부르셨습니까?”

 

절을 하고 머리를 든 의자는 태왕비 옆에 앉아있는 왕비 교지를 보았다. 의자가 절을 하는 사이에 옆으로 온 것 같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 교지가 눈웃음을 쳤다. 그 순간 의자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아름답다. 교지의 나이도 42세, 20대 자식이 있는 나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요염해졌다. 그때 태왕비가 의자에게 물었다.

 

“대왕, 서부 수군항의 항장 이하 지휘관급 11명이 몰사한 사실을 아느냐?”

 

“예, 어마마마.”

 

허리를 편 의자가 똑바로 태왕비를 보았다. 부친인 선왕(先王) 무왕도 왕비인 선화공주를 어려워했다. 자색을 겸비한 선화공주는 결단력과 용기까지 갖춘 여장부이기도 하다. 백제왕이 되기 전에 소를 키우던 서동과 결혼을 할 만큼 과단성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부친인 진평왕이 시켰다고 따르는 성품이 아니다. 태왕비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럼 그 극악무도한 범인이 한산성주이며 수군항 항장을 겸임하게 된 덕솔 계백인지도 알겠구나?”

 

“처음 듣습니다.”

 

놀란 의자가 눈을 크게 떴다.

 

“신라 자객들의 소행이란 보고를 듣고 한산성주 계백에게 시급히 자객단을 잡으라는 전령을 보낸 참입니다. 도대체 누구한테서 들으셨습니까?”

 

“수군항에서 밀사가 왔었다.”

 

“저에게 밀사가 오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왔다.”

 

“어마마마께 밀사가 오다니요?”

 

의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금을 젖혀놓고 태왕비께 밀사가 갔다는 말씀입니까?”

 

“대왕.”

 

태왕비가 불렀지만 의자가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위사장!”

 

“예, 대왕.”

 

청 밖에서 다 듣고 있던 위사장 협보가 금방 소리쳐 대답했다. 의자가 다시 소리쳐 지시한다.

 

“서부 수군항에서 태왕비께 온 밀사는 신라 첩자가 분명하다. 그놈은 나와 태왕비마마의 사이를 이간질 시키려는 목적으로 온 것이다.”

 

“예, 대왕.”

 

“태왕비마마 전을 샅샅이 뒤져서 찾으라.”

 

“예, 대왕.”

 

“태왕비전과 왕비전을 위사로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외인의 입출을 금한다.”

 

“예, 대왕.”

 

“찾지 못하면 시녀들을 잡아 한 년씩 목을 베어라. 그러면 누군지 밝혀질 것이다. 알았느냐!”

 

“예, 대왕.”

 

그때 의자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태왕비를 보았다. 왕비 교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는다.

 

“태왕비마마,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오늘 중으로 첩자를 찾아낼 것입니다.”

 

“대왕.”

 

의자의 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얼굴이 굳어졌던 태왕비가 겨우 불렀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사태를 짐작한 것이다. 의자가 태왕비를 향해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태왕비마마,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

 

“긴 세월이었습니다. 태왕비마마.”

 

허리를 편 의자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태왕비를 보았다.

 

“소자도 30여년을 인내하고 있었습니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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