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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26) 7장 전쟁 ②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편지에서 시선을 뗀 성충이 곧 두손으로 의자에게 내밀었다.

 

“대왕, 이것이 끝입니다.”

 

편지를 받은 의자가 훑어 보고 나서 청바닥에 던졌다. 의자의 시선이 계백에게 옮겨졌다.

 

“포로들은 수군항에 감금하고 있느냐?”

 

“예, 대왕”

 

계백이 말을 이었다.

 

“김춘추와 아들 김인문, 부사(副使) 김문생은 따로 성안에 격리했고 나머지는 모두 옥에 가두었습니다.”

 

“잘했다.”

 

의자가 다시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

 

“이 여우 같은 이모의 제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기탄없이 말해보라.”

 

“보내시지요.”

 

바로 흥수가 말했는데 얼굴이 굳어져 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흥수가 말을 이었다.

 

“당왕 이세민은 여왕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신라 사신에게 너희들은 여왕 치하에 있으니 국력이 쇠잔해진다고 꾸짖기까지 했습니다. 김춘추는 제 미래를 위해 당왕에게 가는 것이지만 숙적 비담 세력에 비교하면 역부족입니다.”

 

흥수는 신중하고 사려가 깊은 성품이다. 의자는 경청했고 흥수의 말이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김춘추를 베어 죽인다면 상대등 비담이 바로 여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될 것입니다. 김춘추를 비담의 견제 세력으로 남겨 두는것이 이롭습니다. 여왕의 말이 맞습니다.”

 

“어허.”

 

성충이 탄식부터 하고 나섰다.

 

“역시 내신좌평은 순진해, 사내는 전장에서 칼을 휘둘러봐야 살기(殺氣)를 느낄 수가 있는 거요. 나는 이 여왕의 글 뒤에 숨은 살기를 느낍니다.”

 

뒷말은 의자에게 했다. 의자가 듣기만 했고 성충의 말이 이어졌다.

 

“여왕은 지난 수십 년간 후계자가 되려는 진골 뼈다귀들의 압박을 견디면서 오직 간계만 늘어났습니다. 이 간계 뒤에 숨은 살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백제와 신라를 합병한다는 진심이 있었다면 선왕(先王)때 이루고도 남았습니다. 김춘추 이하 사신단을 모두 죽이고 저 편지는 불에 태우는 것이 이롭습니다.”

 

“으음.”

 

이번에는 의자가 탄식했다. 의자의 시선이 계백에게로 옮겨졌다.

 

“달솔, 네 생각은 어떠냐? 너는 고구려에서부터 김춘추를 겪었을 뿐 아니라 김춘추의 사위 김품석을 죽인 악연이 있다. 네가 본 김춘추는 어떠냐?”

 

“김춘추는 고구려에 갔을 뿐만 아니라 그 전(前)에는 왜에도 다녀갔습니다.”

 

계백이 말하자 의자는 물론이고 성충과 흥수, 협보까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왜에도 갔단 말인가?”

 

“예, 이번에 잡은 사신단의 경호대장한테서 들었습니다.”

 

비담 측근 무장인 김배선한테서 들은 것이다. 김배선은 김춘추의 행적을 거침없이 털어 놓았다. 의자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무서운 놈이다. 목숨을 걸고 적지(敵地)에 뛰어드는 이자를 여왕이 가볍게 본 것같다. 왜, 고구려에 이어서 당, 거기에다 지금은 백제땅에 들어와 있는가?”

 

“죽여야 합니다. 대왕.”

 

성충이 말을 받았다.

 

“비담보다 더 간특한 놈입니다. 그놈이 여왕의 후계자가 되면 합병은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이제는 흥수도 입을 다물었고 의자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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