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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은 못 갔지만 세계가 놀란 한국 축구

▲ 신영규 전북문단 편집국장

사람들은 왜 축구를 좋아할까. 도대체 축구가 무엇이기에 인류는 이토록 축구에 열광하는가. 우선 이 스포츠 종목이 인간의 본능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굴러다니는 공을 보게 되면, 축구가 뭔지 모르는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발로 찬다고 한다. 우리가 거리를 걷다가 빈 깡통이라도 발견하면 발로 차고 싶은 심정과 똑같다. 게다가 축구는 오프사이드라는 규칙만 제외하면,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는 경기이다. 육상이나 수영과 같은 기본 종목들을 빼고 나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축구는 단결과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다. 정치나 종교보다 더 완벽하게 전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매개체다. 특히 월드컵은 모든 국민이 갖고 있는 많은 사회적·정치적 고민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전 국민을 하나로 묶어 주는 꿈의 무대이자 축제이기도 하다.

영국 어느 축구광은 “아들의 결혼식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겹친다면 아들의 결혼식은 비디오로 보겠다.”고 고백했다.

남미에서 강도를 당한 독일 관광객이 순간 기지를 발휘해 “베켄바우어!”라고 외치자 강도가 칼을 내려놓고 축구 전문가로 돌변, 펠레와 베켄바우어 중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는 증언도 있다. 문제는, 축구에 대해 이러한 ‘비정상적’ 열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지구상에는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세계 축구 최강 독일을 꺾었다. 지난 달 28일 끝난 러시아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피파(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격파했다.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은 독일에 감히 상대가 안 될 거라 했다. 한국의 2-0 승리보다 독일의 7-0 승리에 베팅하는 도박사가 더 많았다. 경기 종료 후 외신들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세상의 종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만큼 독일 축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초인적인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들은 후반 추가시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 선수가 찬 볼이 골로 연결되어 승기를 잡았다. 이후 경기 막판 손흥민 선수가 60m 이상 전력 질주해 쐐기 골을 넣는 모습은 10년 가뭄에 소낙비가 내리듯 통쾌했다. 특히 육탄으로 상대의 슈팅을 막아낸 골키퍼 조현우도 승리의 1등 공신이다. 우리는 비록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16강 진출보다 훨씬 의미 있는 축구 역사를 썼다.

한국팀이 독일전처럼 사활을 걸고 뛰었더라면 스웨덴전도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첫 경기인 스웨덴 전에서 졸전을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와 감독이 좀 느슨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독일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했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스웨덴전 유효 슈팅이 단 1개도 없을 만큼 무기력했던 점과, ‘전술·전략 실패’라는 지적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손흥민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고른 기량을 보여야 명실상부한 강팀이 될 수 있다. 제2, 제3의 손흥민도 키워내야 한다.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도 해결해야 한다. 세계 축구의 흐름에 맞는 외국인 명감독을 영입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전술·정신·체력적 고질병을 고쳐 4년 뒤 카타르월드컵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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