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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7) 8장 안시성(安市城) ③

글 이원호

“성안 군기가 엄정하면서도 장졸의 사기가 높았습니다.”

 

유춘관이 말을 잇는다.

 

“오가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띠었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유춘관은 이세민에게 안시성 분위기를 전하는 중이다. 안시성에 들어갔다가 나온 유춘관의 말을 들으려고 진막에 모인 장수들은 귀를 세우고 있다. 이세민이 쓴웃음을 짓고 물었다.

 

“내 제의를 비웃더냐?”

 

“아니올시다. 폐하.”

 

정색한 유춘관이 이세민을 보았다.

 

“요동왕에 임명한다고 했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장수들이 많아서 속에 있는 말을 내놓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백제 장수는 어떻더냐?”

 

“담로왕으로 봉한다고 했더니 담로 10군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놈이 욕심이 과한 놈이군.”

 

이세민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일부터 맹공을 하면 놈들이 다급해져서 내 제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예, 폐하.”

 

“시간이 지나 기력이 떨어지면 요구조건이 더 내려가게 된다. 흥.”

 

이세민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요동왕? 담로왕? 어림없다.”

 

그 시각에 양만춘과 계백, 그리고 양국의 지휘부가 둘러앉아 다녀간 당 사신 이야기를 한다.

 

“성안 동정을 살피러 온 것이야.”

 

양만춘이 말하자 장수들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성안에 오면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장수 하나가 대답했다.

 

“성안 분위기를 보고 오히려 사기가 꺾였을 것입니다.”

 

“며칠 공격을 하고 나서 또 사신을 보낼 것입니다.”

 

다른 장수가 말했다.

 

“지난 전쟁 때 수(隋)와 요동성 싸움에서 수 양제는 사신을 여덟 번이나 보냈습니다. 그때 성안 동향을 잘못 전했다고 사신으로 갔던 장수를 양제가 베어 죽인 일도 있었습니다.”

 

“당황제의 후의에 감격했다고 했는지도 모르겠군.”

 

양만춘의 말에 장수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이때 우리도 사신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순간 좌중이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양만춘이 계백을 보았다.

 

“우리가 말씀이오?”

 

“예, 우리는 성안 장졸과 주민을 설득시키겠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당군(唐軍)이 20리쯤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옳지.”

 

양만춘이 손바닥으로 무릎을 쳤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도 벌고 당군이 진용을 옮기는 실리까지 얻을 수가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속지 않겠지만 지금은 설마 하고 사신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묘안이오.”

 

고구려 장수들도 대부분 머리를 끄덕이거나 웃었다. 그때 고구려군 부장(副將) 한성위가 계백에게 물었다.

 

“그런데 누가 사신으로 갑니까?”

 

“내가 가지요.”

 

계백이 바로 대답했다.

 

“내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고구려군 장수 우보성이 나섰다. 기마군 대장으로 5품 조의두대형 장군이다. 양만춘이 정색하고 계백을 보았다.

 

“백제군 수장(首將)이 가셔도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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