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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61) 8장 안시성 1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폐하, 요동총병 한문광이 투석에 맞아 전사했습니다.”

친위대장 왕양춘이 말하자 이세민이 코웃음을 쳤다.

“바보 같은 놈, 장수가 돌덩이에 맞아 죽다니.”

진막 안에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황제의 심기(心氣)가 극히 나쁜 상태인 것이다. 오전에는 독전을 하다가 화살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중랑장 하나를 잡아 목을 베었다. 그 머리통을 창끝에 꽂아 포차 옆에 세워 두었으니 군사는 물론이고 장수들도 화살이나 투석을 피해 뒤로 물러나지 못했다. 요동총병 한문광도 뒤로 못 피하고 죽었을 것이다. 오후 미시(2시)쯤 되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격렬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동문 옆쪽 성벽만 조금 허물었을 뿐 수천 명의 사상자만 내놓고 일진일퇴 중이다. 그때 이세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후에도 총공격이다!”

장수들이 일제히 대답하더니 진막 안이 분주해졌다. 출동 준비를 하려고 장수들이 뛰어나갔고 전령들이 들어왔다.

“폐하, 오후에는 쉬시지요.”

친위대장 왕양춘이 말했을 때 이세민은 버럭 소리쳤다.

“짐도 출전한다! 준비해라!”

“예엣.”

“서문으로 간다. 서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라고 해라!”

왕양춘이 명(命)을 전하려고 뛰어나갔을 때 이세민이 머리를 돌려 뒤에 선 시동을 보았다. 김인문이다.

“김춘추가 신라왕이 된다면 네가 그 뒤를 잇겠구나.”

“황공합니다. 소인은…….”

“소인이 어째?”

“그런 자질이…….”

“닥쳐라!”

이세민이 버럭 소리치자 김인문이 몸을 웅크렸다. 눈을 부릅뜬 이세민이 김법민을 노려보았다. 거대한 진막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세민이 이사이로 말했다.

“난세에 드러내도 모자랄 판인데 움츠리고 숨다니, 겁쟁이 놈들.”

“황공합니다.”

“네 애비한테 밀사는 보냈느냐?”

“예, 폐하.”

그때 왕양춘이 들어와 보고했다.

“폐하, 출동 준비가 되었습니다.”

밖에서 북이 울리고 있다. 황제의 출동을 알리는 북이다.

“이세민이 또 나오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서문 성주에 서 있던 계백에게 장덕 백용문이 말했다.

“이제는 하루에 두 번씩 총공격을 하는군요.”

오전에는 당군 주력이 동문을 공격했던 것이다. 지금 무너진 동문 옆쪽 성벽의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동문 성벽 보수작업이 덜 끝났을 텐데 그곳을 포차가 돌을 퍼부으면 위험할 텐데요.”

그때 옆에서 군사들이 소리쳤다.

“운제들이 이쪽으로 옵니다.”

머리를 든 계백이 구름 같은 먼지 속에서 이쪽으로 향해져 있는 운제 3대를 보았다. 당군이 오후에는 서문을 공격할 것 같다. 머리를 든 계백이 백용문을 보았다.

“전원 성벽으로 대기시키도록.”

“예, 은솔.”

곧 백용문의 지시로 북소리가 울리더니 군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 백용문이 성벽을 내려가고 있는 계백에게 소리쳐 물었다.

“은솔, 어디 가십니까?”

“나는 왼쪽 성벽에 있을 테니 장수들은 성문을 지켜라.”

계백이 서둘러 내려가면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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