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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89) 10장 백제령 왜국 5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마마, 망설이시면 왕가(王家)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풍이 말하자 왕후가 머리를 들었다. 수심이 덮인 얼굴이다. 왕궁의 내전 안, 풍은 잡인의 출입이 금지된 내전 안까지 들어와 있다. 오후 미시(2시) 무렵, 죠오메이 왕의 장례가 끝난 지 사흘이 되었지만 왕후는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왕궁의 내대신(內大臣)으로부터 왕관만 받아 쓰는 의식만 치르면 되는 일이다. 풍이 말을 이었다.

“마마, 소가 일족이 이 기회를 노리고 왕위를 찬탈할 것입니다.”

“그럴 명분이 있소?”

왕후가 겨우 물었을 때 풍이 상반신을 기울였다. 내전에는 시녀까지 물리치고 둘뿐이었지만 풍이 목소리를 낮췄다.

“소가는 이제 백제인이 아닙니다. 소가 가문이 대를 이어서 왕실과 인연을 맺고 섭정을 50년 가깝게 이어서 해온 터라 새로운 왕가(王家)를 세워도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

“어젯밤 본국에서 보낸 쾌선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열흘 후에는 대왕께서 보낸 은솔 계백이 정병 3백을 이끌고 이곳에 옵니다. 어서 왕위에 오르시고 그때까지만 버티시지요.

“……”

“어젯밤에도 이루카가 보낸 밀사가 궁의 좌대신 마에다를 만났다고 합니다. 대신들이 이루카를 왕으로 추대하려는 음모인 것 같습니다.

그때 왕후가 머리를 끄덕였다.

“내일 왕위에 오르겠소. 왕자께서 준비를 해주시오.”

“제가 궁 안에 머물면서 준비를 하겠습니다.”

풍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루카는 저만 없애면 왕위를 찬탈할 수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저도 이곳에서 마마를 지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가 가문은 백제에서 건너온 목협만치(木협滿致)가 시조다. 소가만치로 개명한 후에 소가 가문은 왜국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왜국의 첫 기틀을 세운 쇼토쿠 태자(聖德太子)의 어머니는 소가 노우마코의 생질녀다. 그때부터 소가 가문은 쇼토쿠와 함께 왜국의 법을 제정하고 문화를 장려했는데 호류사 등 40여 개의 절을 세웠다. 호류사의 금당 벽화도 그때 고구려에서 건너간 담징이 세운 것이다. 쇼토쿠가 죽자 유일한 섭정이 된 소가 노우마코는 왜국의 실세가 되었으며 그 후부터 50년 간 그 아들 소가 에이시, 소가 이루카까지 권력이 승계된 것이다. 내궁을 나온 풍이 밖에서 기다리는 덕솔 진겸에게 말했다.

“덕솔, 왕후께서 내일 왕위에 오르시겠다고 했다.”

“잘 되었습니다.”

진겸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루카도 주춤할 것입니다. 선왕의 유언을 집행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은밀히 방해를 할 테니 내궁 안의 관리들만 모아놓고 왕위에 오르시도록 할 작정이다.”

“이루카에게는 알리지 않으신단 말씀입니까?”

“에미시한테도 알리지 않겠다. 왕위에 오른 후에 통보를 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내궁에 머물면서 대관식 준비를 할 테니 장덕 연홍과 의식을 도울 관리들을 보내라.”

“예, 왕자 전하.”

진겸이 말을 이었다.

“호위병 50을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이제 본국에서 은솔 계백님이 오시면 불안한 상황이 종결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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