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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을 여는 시] 엑스트라-김인숙

불이 켜지자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꿈에서 깨어나 듯

서둘러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가는 관객들

우수수 낙엽이 날린다

엔딩화면 속 날아오르는

기억 저편 익숙하고 낯선 이들이 하나 둘

계절 속으로 사라진다

동네 아저씨1, 행인1,

주인공 주변을 얼쩡거리던 단역들이

날아올라 흩어진다

날아오르는 이름 속에 나도 묻혀

사라진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엔딩 크레딧의 낙엽들

극장 앞 골목에 흩날리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엔딩 크레딧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서둘러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불이 켜지기 전에 일러났다. 낙엽은 외롭고 쓸쓸한 가을무대의 엑스트라다. 낙엽은 가을 계절에 얼쩡거리는 행인1.이지만 단풍이 들고 낙엽이 땅에 뒹굴지 아니하면 어느 누가 가을이 왔다고 하겠는가. 시 한 편을 쓰기위해 언어사냥을 하는 나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엔딩 크레딧’으로 지나가리라. 아등바등 견디어 온 생이 시간을 밟고 지나가는 행인 엑스트라일 뿐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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