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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28) 12장 무신(武神) 4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타카모리의 영지 18만석까지 포함시켰으니 계백은 34만5천석의 영지를 소유한 영주가 되었다. 대영주다. 그리고 계백의 명성은 화살 한 대로 타카모리의 용장 아리아케를 사살함으로써 천하에 떨쳤다. 이곳은 계백의 거성(居成)인 이쓰와(五和)성. 계백은 아리타의 거성에서 이곳으로 거성을 옮겼다. 타카모리는 영지 서쪽에 있는 호안사(寺)로 들어가 중이 되었다. 타카모리를 따르는 가신은 한명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다.

이쓰와성의 청 안에서 계백이 중신(重臣)회의를 하고 있다. 계백의 중신은 이또의 중신이었던 사다케, 타카모리의 중신 하세가와, 아리아케의 중신 노무라 등이었으니 구(舊) 영주의 중신들을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또 끝쪽에 타카모리의 용장 슈토의 모습도 보였는데 슈토는 대군을 이끌고 왔다갔다 하다가 투항했다. 넓은 청 안에는 1백여명의 가신, 장수들이 앉아 있다.

그중 일부는 계백을 백제에서부터 따라온 장수였지만 대부분이 왜국(倭國) 출신이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흥망성쇠가 빈번한 시대이니 주인을 잘 만난 신하와 백성은 안락을 누리고 그렇지 못하면 함께 지옥구경을 하지 않느냐?”

계백의 목소리는 크고 우렁차다. 턱을 조금 치켜 든 계백의 용자는 위엄이 넘쳐흐른다. 앞쪽에 나란히 앉은 화청, 윤진, 백용문도 그 기세에 압도당한 듯 숨을 죽이고 있다. 이 셋이 영주 계백의 동지이며 측근이다. 셋은 제각기 이또, 아리타, 마사시의 거성을 근거지로 삼아 소영주가 되어 있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왜국은 백제의 속국이며 담로다. 백제계 왜왕이 백제방 방주와 함께 통치하는 체제인데 요즘 들어 지방 호족의 발호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다.”

어깨를 편 계백이 말을 이었다.

“나는 백제방 방주 직속령을 통치하는 영주이며 백제국 은솔 벼슬의 무장이기도 하다. 나는 왜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이것이 대영주가 된 계백의 소신이다. 그것을 가신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회의가 끝났을 때 야마토 성주 화청이 계백에게 말했다. 청에는 중신들만 남아 있다.

“주군, 제가 야마토성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주 급합니다.”

“무슨 말인가?”

계백이 묻자 화청이 헛기침을 했다.

“이또가 버리고 간 측실들이 넷이나 남아 있습니다.”

그때 윤진과 백용문은 외면했고 사다케가 한숨을 쉬었다. 계백이 물었다.

“그래서?”

그러자 화청이 옆쪽의 사다케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놈한테 물어보시지요.”

계백의 시선이 사다케에게로 옮겨졌다.

“사다케, 화청님과 무슨 일이냐?”

“네, 주군.”

사다케가 다시 한숨부터 쉬었다. 사다케는 55세, 이미 장년으로 이또의 중신이었다. 그러나 화청이 누구인가? 65세의 노장(老將)이다.

40여년 전, 당왕 이세민이 태원유수 이연의 아들이었을 때부터 옆에서 보아 온 당의 장수 출신이다. 사다케로서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 할 입장이다. 사다케가 입을 열었다.

“예, 화청님께서 이또의 남은 측실 넷을 모두 측실로 갖겠다고 하셔서 제가 조금 기다려 보라고 했던 것입니다.”

“왜 그랬는가?”

계백이 추궁하듯 묻자 사다케가 대답했다.

“예, 아직 주군께서 측실을 다 정하지 않으셔서 그랬습니다.”

“이런.”

어깨를 부풀린 계백의 시선이 윤진과 백용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시시성을 물려받은 윤진이나 아리타성 성주가 된 백용문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모두 내실에 소실들이 남은 것이다.

계백이 중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각 거성의 성주가 내실도 관리한다.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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