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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해’…전북지역 돼지 관련 지명은

기해년 60년 만에 황금돼지해
도내 돼지 관련 지명 16곳
제천의식 제물로 바쳐져서, 지형이 닮아서 등 다양한 유래

남원 주천면 돼지바위. 사진 제공=남원문화원
남원 주천면 돼지바위. 사진 제공=남원문화원

간밤에 돼지꿈을 꿨다면 복권 당첨이나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을 바란다.

예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돼지는 한국인들으로부터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여겨졌다.

이런 돼지와 관련된 지명이 전북 지역에만 모두 16곳에 있다.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를 맞아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돼 고시된 지명이 총 112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남이 27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21곳, 전북 16곳, 경북 13곳 등의 순이다.

주로 우리나라 남쪽지역으로 풍요로운 곡창지대를 갖춘 곳에 돼지 관련 지명이 많았다.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에서 돼지를 많이 길러 주변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국토지리정보원 설명이다.

전북일보는 지역 문화원 및 시·군 등과 도내 돼지와 관련된 지명의 유래 및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풍요·행운,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

2019년 기해(己亥)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다. 돼지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조합한 간지(干支)력을 사용하는데, 10개 천간에서 ‘기(己)’는 노란색을 나타낸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 해시(오후 9시~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한다.

돼지는 이 시각과 방향에서 오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 돼지는 예부터 제천의식의 제물로 사용돼 희생을 뜻하는 동시에 신통력 있는 영물, 길상의 동물로 길조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습성으로 다산과 풍년의 상징을 대변했다.

 

마애불이 새겨진 남원 주천면 돼지바위. 사진 제공=남원문화원
마애불이 새겨진 남원 주천면 돼지바위. 사진 제공=남원문화원

△신성한 제물로 바쳐진 돼지

삼국시대부터 돼지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로 쓰여졌다. 고구려 때는 관리를 둬 이런 돼지를 기르기도 했다.

도내의 경우 김제에는 조선 초기 가뭄이 심할 때, 돼지를 잡아 제사를 올리던 사직단이 있었던 곳이란 뜻에서 ‘사직’이란 마을(교동 371-1) 지명이 있다.

사직단은 원래 국가와 민생의 안정을 기원하고 보호에 대한 보답의 의미에서 사직을 설치하고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김제에도 이 사직단이 있었으며 사직단을 중심으로 한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사(社)’는 토지지신, ‘직(稷)’은 곡신(穀神)을 뜻하는데, 백성은 땅과 곡식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새로 나라를 세워 백성을 다스리게 되면 나라의 평안함과 백성의 복을 비는 사직단을 세운다.

 

△설화와 전설 속 돼지

남원 주천면에는 돼지와 관련된 두 개의 지명이 있다. 덕음산 애기봉에는 ‘돼지바위’, 인근에는 이 바위에서 이름을 딴 ‘제바위’마을(용담리 산 98)이 있다.

저(猪)씨 성을 가진 장군과 남원읍 산성에 있는 장군이 뜀뛰기 경쟁을 했는데, 저 장군이 이겼다고 해 장군바위 또는 돼지바위로 불려진다.

돼지바위에는 마애불이 새겨져 눈길을 끈다.

부처의 모양을 선으로 새긴 음각 형태로 조각수법이 거친 편이며, 부처를 새긴 주위에 홈을 파내 부처의 형태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순창 동계면에 있는 ‘무량산’(동심리 산 180-1)은 한량이 없는 산이란 의미로 대대로 문과에 급제한 어느 집안 이야기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활로 산돼지를 잘 잡는 소년이 자신이 사냥한 돼지 창자에서 ‘무량(無量)’이란 글자를 발견한 뒤 책을 읽는데 열중한 끝에 과거에 급제했다는 유래가 있다.

 

△닮은 꼴 지형서 유래

 

순창 적성면 지북마을 표지석
순창 적성면 지북마을 표지석. 사진 제공=순창군

지형이나 과거 돼지를 길렀던 곳이란 뜻에서 유래한 지명도 많다.

부안의 ‘돈지’·‘저기’·‘대리’, 순창 ‘지북’, 정읍 ‘저동’·‘독골재’는 마을이나 인근 지형이 돼지를 닮아 이름 붙여졌다.

부안의 저기(猪基)는 마을 지형이 돼지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돼지터로도 불려졌다. 순창의 지북마을(적성면 지북리 403)은 인근 산 봉우리 형상이 갓과 같다는 관대(冠帶)촌이라 하였다. 그러나 어느 도인이 마을을 보고 안산은 노호(老虎)로 백호 형상이며 마을은 백호와 상대성 지명으로 큰 돼지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북(支北)’이라 불렀다는데서 유래했다.

정읍의 저동(猪洞)마을(소성면 신천리 257)도 지세가 돼지형으로 보여 이름 붙여졌다.

진안의 ‘돈골’은 과거 돼지를 많이 사육하던 곳이란 뜻에서 유래됐다.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 삶과 함께 한 돼지는 다양한 유래와 전설로 지명에 반영돼 자리 잡고 있다.

전북지역 돼지 관련 지명의 유래와 사진은 국토지리정보원과 시·군 문화원 자료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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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psy235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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