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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때문에 수염도 잘라버린 러시아 귀족들

러시아 근대화의 기수로 알려진 로마노프왕조시대의 표트르(PyotrⅠ) 대제는 명성에 걸맞게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18세기 초 러시아가 서유럽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판단한 표트르 대제는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좀 더 서쪽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상트페테부르크로 이전하고, 서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근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표트르 대제는 자신부터 슬라브인의 전통인 긴 수염을 잘라버리고, 거추장스럽던 옷도 서구식으로 바꾸어 입고 이를 귀족들에게도 강요 하게됩니다.

하지만 긴 수염은 하늘이 슬라브인에게 준 선물이고 긴소매를 짧게 하는 것은 귀족의 권위에 반하는 것이라며 귀족들의 저항이 거세졌고, 특히 수염을 종교적 상징으로 여겨왔던 러시아 정교 동방교회의 성직자들의 반발도 강했습니다.

그러자 표트르 대제는 수염을 기르게 하는 대신 수염을 기르는 사람에게 매년 100르불의 세금과 도시지역을 지날 때마다 통행세를 내야하는 ‘수염세’를 도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지언정 세금을 더 내지는 못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도 러시아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수염세가 부과되자 마자 세금을 내기 싫었던 러시아 귀족들은 의외로 소중하게 가꿔온 수염을 쉽게 깎아 버리게 됩니다.

당시 러시아는 근대화를 위해 젊은이들을 서유럽으로 유학 보내고 유럽인을 초빙하여 유럽의 문화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서방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스웨덴이 지배하고 있던 서방의 창구로 불리던 발트해를 장악하는 것이 필수였기에 이를 위해 새로운 징병제도를 도입하고 사관학교의 신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세원 마련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수염세’에 대해 귀족들이 쉽게 굴복해 버리자 표트르 대제는 다시금 ‘인두세’를 신설하게 됩니다.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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