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큭큭~ 나도 한 번 써 봐야지
동시를 읽으며 이렇게 웃어보기는 처음이다.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렸을 때 만화방에 가서 책을 보며 웃어본 이후 처음인 거 같아요. 40년도 훨씬 지났어요? 고마워요 잃어버린 책 웃음을 다시 찾아줘서.’ 작년 백석문학상 수상 작가 박성우 시인이 동시집 <첫말 잇기> 를 냈다. 시인의 통통 튀는 상상력 여간 재미난 것이 아니다. 첫말>
엄마 뾰족구두 신고 / 구름 위를 다다다 뛰어다니면 / 구름이 뿅뿅뿅 뚫려 // 비가 와! (구두_구름_구멍)
미끌미끌한 / 바나나 껍질을 / 바느질로 이어서 / 미끄럼틀을 만들고 있어 / 엄청 미끄럽겠지 / 그치 // 근데 말이야 / 바나나 바느질을 하다가 / 바늘을 스무 개나 / 잃어버려서 / 엉덩이가 좀 걱정되긴 해! (바나나_바느질)
시를 읽고 설명을 한다는 것은 구차한 일이다. 더욱이 동시를 읽고 설명해야 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외면 받을 동시임에 틀림없다. 특히 저학년이 읽은 동시는 말의 맛을 느끼고 상상하고 호기심을 느끼고 재미있어 하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사들은 모든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한계를 느끼기 일쑤다. 다행히 예체능 과목은 임시방편 대안이라도 있지만 글쓰기(문학) 교육은 대다수의 교사가 한숨을 쉰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교사들 손에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 여기에 나온 시 중 아무거나 한 편을 칠판에 써 놓고 소리 내어 읽은 후, 흉내 내어 써보기를 시키면 창의적인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 같다. (상상_상자)처럼 말이다.
상상 상자를 열면 독수리만한 모기가 나와 / 상상 상자를 열면 하늘을 나는 두더지가 나와 / 상상 상자를 열면 타조보다 빠른 나무늘보가 나와 / 상상 상자를 열면 지네발이 달린 뱀이 나와, 무섭지? / 상상 상자를 열면 일등을 하는 나도 나와, 진짜 놀랍지?
동시도 훌륭하지만 삽화가 또 하나의 예술이다. 동시를 이렇게 잘 해석해낸 그림이 있을까 싶다. 어린이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그림을 보면서 화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동시는 동시대로 삽화는 삽화대로 즐거움을 준다.
삶이 꼿꼿한 박성우 시인은 글쓰기가 직업이다. 비록 자기 집에서지만 아침마다 책상 앞으로 출근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퇴근을 하여 머리를 식히며 걷고 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성실하고 근면한 글 노동자’의 수확물이다. 내게 큰 기쁨을 나눠준 그의 거룩한 노동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한마디 보탠다.
‘박성우 시인, 노동자는 몸이 보배요. 어쨌든 건강 잘 챙기고 시방처럼 건필 하시오.’
* 김종필 동화작가는 무주 출신으로 199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됐다 <땅아 땅아 우리> <아빠와 삼겹살을> <앙코르 왕국에서 날아온 나비> <또 걸렸냐?> <박승 이야기> 를 펴냈으며,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 대통령상> , <참교육문학상> , <환경동화상> 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장과 한국작가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환경동화상> 참교육문학상> 제1회> 박승> 또> 앙코르> 아빠와> 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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